우선 밝혀둘것은 나는 작가가 아니다.내가 정의하는 작가는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다.그러니 이 글은 전문성이 결여된,그냥 내 생각을 두서없이 끄적인 글이니 평론가나 프로작가님들께서 정색하지 마시길!

내가 글을 쓰게 된건 어느 할일없는 주말 도서관에서 빈둥거리다 우연히 선반위에 놓인 우리말잡지를 본게 계기가 되였다.투고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은 덕분에 그럼 나도 한번?’ 하는 생각에 글을 써서 보냈고 운좋게 발표까지 되였다.물론 까인(?) 작품이 더 많지만. 하하!

내가 작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지 않는다.어릴때 시를 읽으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는 문학소녀도 아니었고 글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도 별로 없다.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글이라는 게 포장하기 쉬운 매개체라는 생각이 든다. 노래말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음악자체의 힘이 크다. 그래도 소학교때까지는 필수교과서보다 자습교과서를 더 좋아해서 거기에 실린 이야기들은 하나도 안 빼놓고 다 봤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멀어졌다. 거기엔 입시제도의 압박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다. 쓸데없는 책보지 말고 공부나 해라가 기본 풍토였으니까. 심지어는 고중때 점심시간에 도서관에 가는 애들을 괴물취급 했었다.

언어수업도 재미가 없었다. 지금은 창의성교육이라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 언어수업의 주된 내용이라는 게 하나의 온전한 작품도 아닌 어떤 작품의 한 부분을 떼어와서 글의 주요내용 개괄하기,작가의 의도 파악하기,글의 주제나,내포하고 있는 사상 맞추기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친후 그 결과를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아예 과문을 통째로 외워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결과는 뻔하다.

상상력 말살!

한국에서 작가들을 상대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학생들의 문제집에 있는 문제로 작가들한테 본인들이 쓴 글의 의도를 알아맞추게 하는거였는데 결과는 전부 오답!더욱 웃긴건 어떤 작가는 이 부분은 그런 의도로 쓴게 아닌데…하며 궁시렁거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문학은 과학처럼 정답이 있는것이 아니다.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들의 몫이다.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에 따라 작품에 대한 해석도,느끼는 감정도,얻는 메시지도 다르다.

책을 안 읽은 부작용은 여러곳에서 나타난다.일단 자기가 쓴글이 잘된 글인지 아닌지 감이 없다.(내가 쓴 소설들은 거의 다 까였다ㅠㅠ)그리고 표절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인류문명의 력사가 짧게 잡아도 몇천년이고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긴데 비슷한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저작권법이 나라마다 달라서 통일적인 기준은 없지만 길게 잡아도 10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자동으로 해제돼서 법에 걸릴 일은없다쳐도 표절작가라는 오명은 영원히 따라다닌다.

또 한가지는 주의산만!

나는 긴 호흡이 필요한 책들은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특히 고전같은 경우에는 며칠이 걸려도 해결 안나는 문자보다는 길어도 3시간이면 해결 볼수있는 영화로 대체한다.(작가들한테 욕먹을 발언ㅠ하지만 종이매체가 본격적으로 쇠퇴하기 시작한것이 영상매체의 출현과 무관하지 않다.)그러는 과정에 책속에 있던 디테일들은 많이 소실되겠지만 어차피 고전이라는것이 시대상의 반영이라 현시대에도 의미가 있을지는 미지수다.물론 몇몇 고전들은 현시점에도 시사하는바가 있다. 그리고 실화소설이 아닌 이상(실화소설도 각색을 거친다.)거짓말에 그렇게 목숨걸 필요도 없다.(내가 이래서 소설을 못 쓰나보다.)세계적인 명작이라는 안나카레니나나 노벨문학상을 받은 이방인도 두 페이지만에 고대로 책속에 얼굴을 파묻고 잠들어버렸다.때문에 기승전결이 확실한 소설보다는 (소설의 내용을 머리속에서 영상이나 이미지로 재현하는 과정도 피곤하다ㅠ) 앞의 내용을 복습하지 않아도 되는 에세이집이나 실용서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글을 쓸때도 마찬가지다.컴퓨터를 켠지 30분도 안돼서 사고가 다른데로 샌다.흑~

하지만 이렇게 긴 글과 안 친한 나도 알랭 드 보통의 책만은 신간이나오면 사고싶은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보통의 소설은 독특한 구조로 되여있다.소설을 써내려가다가 철학이나 심리학이론으로 주인공들의 행동이나 심리를 분석한다.사실 이야기 자체는 아주 평범한,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이야기라 별다를것 없지만 뒤에 덧붙인 분석이 재미도 있으면서 사람들을 공감하게 만든다.심지어 철학이론을 발췌한 원문을 찾아 보고싶을 정도다.하지만 진짜 찾아보지는 않았다.이론만 나열한 철학은 안봐도 지루한걸 알기 때문에.(철학 매니아들의 태클은 사양합니다!)작가가 신파적이지 않고 적당히 냉소적인것도 마음에 든다.

위대한 작가는 시대를 반영하는 작가라고 했다.하지만 한 시대에 그런 작가가 몇명이나 나올까?문학이나 예술은 작가 사후에,심지어 몇백년이 흐른 후에 재평가 되는 경우도 많다.

19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로 평가받는 고흐도 생전에 그림을 한점밖에 팔지 못했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가 중 한명인 가우디도 생전에 자기가 지은 집을 한채밖에 분양하지 못했다.고흐는 그림 판매상이였던 동생 테오의 지원으로 겨우 생활을 영위했고 가우디도 후원자인 구엘의 덕분에 너무 궁색하게는 살지 않았다.(물론 가우디 개인의 선택과도 관계가 있다.)예술에 문외한이라 정확한 이유를 분석하지는 못하겠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당대 사람들과의 교감에 실패했다는것,시대를 너무 앞서갔거나 반대로 뒤쳐졌거나.

한 물체는 시각,청각,언어 순으로 사람들한테 인지된다.문자가 사람들의 뇌에 전달되여 일으키는 감정의 반응이 제일 느리다는 뜻이다.책이 영화,드라마,음악 등 다른 미디어에 밀릴수 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이다.

책읽기도 일종의 오락행위이다.영상이나 인터넷이 세상에 나오기 전인 옛날에는 거의 유일한 오락수단이였다.사람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책을 안 읽는 시대다.모든게 바쁘게 돌아간다.IT기업 회장님들 덕분에 996이 기본모드로 변해가기 시작했다.책은 팔자 좋은 사람들의 사치품으로 여겨진다.다른 볼거리와 즐길거리들도 넘쳐난다.무엇을 무기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다른 미디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수 있을까?

정확한 어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책에서 원고 조건에 시대정신과 백성들의 정신문명에 부합되여야 한다.고 적혀있었던것 같다.요약하면 건전한 글을 쓰라는 뜻이였다.글을 평가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다.심오한 철학,화려한 문장,촘촘한 구성 등등. '건전한소재'도 물론 좋은 글의 구성요소이다.하지만 일단 봐야 좋은 글인지 아닌지 알수 있을게 아닌가?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이 무난하면 문학은 더욱 지루해진다.아무리 소재가 좋아도 책장이 넘어가기 힘든 글을 누가 보는데?같은 소재를 갖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작가와 후진 작가가 갈린다.알랭 드 보통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것은 건전한’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재미와 공감,이 두가지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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