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길산
산이었지만
풀처럼 낮추며 살았다
하늘이었지만
길처럼 엎드리며 달렸다
'괜찮다'가 아닌
'일없다'로
당신의 삶 아닌 한 가족의 삶을 싣고
서울이란 급류에 배 띄우며 키 잡고 노 저으셨다
누가 봐도 이방인인 당신은
왜소한 몸에 배낭 지고
어둠 실린 지하철의 창밖을 바라보며
일터를 주름잡았다
밤 늦게 이고 온 별, 새벽녘에 다시 켜고
두고 온 어린 삶들 앞에 경건하시느라
인생이 어깨처럼 안으로만 휘어졌다
서울의 아파트에 살진 못했어도
아파트 구석구석 손금보듯 알고 있어
호시절 굳센 나이는 막노동에 묻어버리고
삼십 년 인욕의 세월 점잖게 막걸리잔에 부어 마셨다
지금은 안방에서 서늘하게 낮잠을 주무신다
어느 순간부터 아름답게 나약해진 모습
엄마를 대신해서 엄마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자식이 서울 떠날 때 손 흔들어 주시다가
멋쩍으신지 지하철역에서 그냥 아이처럼 서성이던 당신
벚꽃 날리는 경복궁, 청와대에 함께 구경 갔다가
체험관의 대통령 자리에 앉아 남몰래 폼 잡으셨다
어버이 왕은 궁전에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글을 읽다가 저를 배웅해주며 서성이던 저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ㅎㅎ
괜찮다가 아닌 일없다…..
아버지를 그리면서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