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올리기. 

(서평은 아니고 독후감인가 뭔가 아무튼 학교때는 엄청 쓰기 싫어했는데 지금은 가끔 자발적으로 쓰는 어떤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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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활동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Trevor Noah, 중국에서는 崔娃로 불리는 (아래에 편의상 최와라고 부르려고 함) 84년생 남자의 자전적 소설이다. 재미로 읽는거니 청소년용으로 조금 조절된 버전으로.

평소에 여기저기서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많이 봤었고, 참 말을 잘하고 콘텐츠도 탄탄하구나 생각을 하면서, 남아공에서 어린 시절을 잠깐 보내다가 미국에 이민간 사람인줄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오해였다. 최와는 20대까지 남아공에서 살다가, 자국에서 유명해진 후 미국에 진출한 경우였다. 

책 제목인 Born a Crime은 최와 본인의 출생 자체가 범죄임을 말하고 있다. 남아공의 치안이 좋지 않다는 것도 들었고, 흑인들의 나라에서 백인들이 왕노릇 한다는 것도 듣긴 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백인과 흑인 또는 유색인종은 이성관계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불법이며, 따라서 통혼은 불가하며, 더구나 둘 사이에 아이를 낳는 건 만천하에 나의 유죄를 드러내는 사회제도하에서, 최와의 가무잡잡하긴 하나,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밝은 톤의 피부는 어릴 때 긴 시간을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떨어져 살게 만들었다. 함께 다니는 순간 모두의 눈에 나고 경찰의 표적이 되며 말도 안되는 인종격리정책에 따른 법을 위반하는 것이 되니까. 

아파르트헤이트 (apartheid)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공식언어인 아프리칸스어로 ‘인종격리’를 의미하며 ‘차별이 아니라 격리’라는 어불성설의 말장난으로 합리화되었다. 흑인들과 유색인종은 변두리의 특정지역에서만 거주하게 허락하고, 대부분의 사무직업에서 배제하고, 질낮은 교육을 주입하는 등 거의 모든 면에서의 인종격리정책을 자행했던 이 제도는 만델라가 장기수감을 마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후에야 40여년만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흑인들은 자기들의 땅에서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소외되고 하찮은 존재로 분류되었다. 이 말도 안되는 제도는 똑같은 피부의 동양인에 대해서도 차별을 두었는데 중국인은 흑인(책에는 그렇게 나오는데, 자료를 찾아보면 중국인은 유색인종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에 분류되고, 일본인은 명예백인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일본과의 무역 등 자국의 경제적인 이익을 위한 분류이긴 하였으나 아무튼 아파르트헤이트의 모순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명예백인이라니, 정말 놀고들 있다. 

이런 어이없는 세상에서도 최와는 나름대로 활기차고 남다른 유년기를 보내는데 그건 많은 부분이 최와의 어머니 덕분이었다. 그녀는 어려운 삶을 살았지만, 그것을 불평의 소재로 삼지 않았고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려고 모든 노력을 했다. 강인하고, 용감하며, 유머러스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이었고, 삶의 많은 순간에 신앙에 의지한 기독교인이었다. 

아래의 단락은 그녀를 조금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놀라운 것은 어머니가 ‘나’라는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가 끝날 것이라는 것을 몰랐던 때에 말이다. 그게 끝날거라고 여길만한 어떤 이유도 없었고 이미 여러 세대가 아파르트헤이트를 거쳐갔다. 만델라가 석방될 때 나는 거의 여섯살이었고 민주주의가 도래했을 때는 이미 열살이었다. 어머니는 자유로운 세상이 올거라는 걸 알기도 썩 전에 자유로운 삶을 살도록 나를 준비시켰다. 흑인 거주구에서의 고달픈 삶이나 유색인종 고아원에 가는 것이 그때 우리에게 주어진 더 가능성이 큰 선택이었으나, 우린 한번도 그렇게 살았던 적이 없다. 우린 줄곧 앞으로만 나아갔고 늘 펄펄 날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는 제도가 정해지고 사람들이 그 세상에서 살 때쯤, 우린 이미 훨씬 앞서나간 뒤였다. 밝은 오렌지색의 낡아빠진 고물차인 폭스바겐을 몰고 창문을 내린채  지미 스왜거트가 목청을 다해 예수님을 찬양하는 것을 틀어놓고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책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담고있지만, 마치 최와가 직접 말하고 있듯이 유머러스하고, 최와의 영상을 자주 본 분들은 읽다보면 아마 직접 듣고 있듯이 소위 ‘음성지원’이 되는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검색해보니 bilibili사이트에서 born a crime을 입력하면 8시간짜리 오디오북 영상이 나온다. 최와가 직접 읽은 오디오북 버전이라고 하니, 나는 이제야 알았지만,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드린다. 

생각해보니 흑인인권이 긴 세월동안 유린을 당했던 또 다른 곳에서 그 역사의 흔적을 본적이 있다. 유학을 가서 대학원을 다닐 때, 봄방학에 학교에서 조직하는 봉사팀을 따라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잭슨에 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지 2년이 좀 넘은 때였는데 곳곳에 복구가 덜 되어  일손이 필요한 곳이 많았다. 그곳의 흑인 교회에도 가보고 농장에서 일도 돕다가 마지막 하루를 내어 다함께 가까운 테네시주의 멤피스에 갔었다. 락가수인 엘비스 프레슬리가 살다가 사망한 도시이기도 하지만,  흑인인권운동으로 유명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암살당한 도시이기도 하다. 

테네시에서는 마틴 루터 킹이 암살당한 모텔을 개조하여 그 자리를 중심으로 주변에 인권박물관을 만들었는데 그곳에서 말로만 듣던 로자파크스의 버스를 보았다(찾아보니 현재는 헨리포드박물관으로 옮겨졌다). 1955년 알라바마주 몽고메리의 버스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연행되었던 흑인 여성 로자파크스, 그녀의 작은 행동이 흑인인권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Born a crime에는 최와의 재밌는 일화들로 가득하다. 장난이 많고 에너지가 넘친 나머지 펼친 온갖 기행, 그의 말도 안되는 농담같은 첫사랑, 어릴때부터 장사수완을 발휘한 일 외에도 아버지와의 따뜻한 일화 또한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난했으나 꽉 찬 청소년기가 분명하다.

이야기로 사람을 울리는 일도 어려우나, 웃기는 일은 더욱 힘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울고 웃었다. 

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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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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