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결국 사용의 통점(痛点)을 제대로 짚어내는 서비스와 프로덕트만이 살아남는다는 대목이었다. 비즈니스의 문제를 인간의 문제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으면서도 정확하게 다가왔다. 반대로 가장 의외였던 건 소비자가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선택을 한다는 통념이 실제로는 자주 어긋난다는 부분이었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면서도, 막상 문장으로 마주하니 낯설게 느껴졌다.

센스메이킹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알게 되면서 재택근무 5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회사 주방에서 간식을 집으며 나누는 짧은 대화, 복도에서나 회의실로 가는 길에 스치듯 주고받는 말들. 당시엔 그냥 스몰 톡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게 바로 센스메이킹이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그런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자유롭고 편한 건 분명한데, 가끔 팀이나 다른 부서와 미묘하게 단절된 느낌이 드는 건,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센스메이킹의 부재였다는 걸 이번에 읽으면서 처음 언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면 지금 이 자유로운 시간이 그리울 것 같으면서도, 그 사소한 연결들도 다시 생기겠구나 싶어 묘하게 기대가 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이 세 가지 지점 모두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데이터나 통계로는 잘 안 잡히는 것들, 즉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에 반응하고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스쳐 지나가듯 나누는지가 진짜 중요한 정보였다는 것.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도 어쩌면 업무 자체가 아니라 그런 사소하고 비공식적인 신호들이었던 것 같다.

책속의 좋은 글:

사실 ‘이국적’이라는 것은 관찰자의 눈에 비치는 모습일 뿐이다.모든 문화가 상대에게 낯설어 보일 수 있고 지금처럼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누구도 낯설어 보이는 상대를 무시할 수 없다
무엇이 중요할 거라고 미리 정하지 않고 어린아이처럼, 혹은 화성인처럼 관찰하기로 했다. 화성인이 갑자기 이곳에 착륙해서 주위를 둘러본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나는 낯익어 보인다는 이유로, ‘낯설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로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가?
내 삶에 ‘의미망’이나 아비투스 (Habitus) 같은 개념을 적용한다면 나는 무엇을 보게 될까?
소비자들이 빠른 돈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매일 쓰는 돈이다. 소비자들은 빠른 돈에 관해서는 숨기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들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통제력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면 무엇에든 열광했다
하지만 다른 돈인 ‘느린 돈’, 곧 가치 저장 수단으로 쓰이는 돈에 대한 태도는 사람마다 달랐다. 소비자들은 흔히 느린 돈을 무시하거나 느린 돈에 관해서는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하거나 두려움을 표현했다.
두 번째 차이가 나타난 영역은 정체성이었다.
헨릭이 사람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미국인과 유럽인은개인적 특성(예, 직업)으로 답했지만 삼부루인이나 케냐인이나 쿡 제도인과 같은 비서구인은 자기를 가족과의 관계 안에서 정의하고 친족과 공동체의 역할에 관해 이야기했다.
비즈니스의 모든 문제는 인간의 문제이고 모든 데이터는 본질적으로 인간 행동을 표상한다.
소비자들은 전적으로 합리적이고 독립적인 선택을 한다고 여겨지지만 실상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트레이더들이 화이트보드 앞에 옹기종기 모여 있거나 바에서 어울릴 때 센스메이킹이 일어났다. 또 서로의 대화를 엿듣거나 옆에 있는 사람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을 때도 센스메이킹 (Sensemaking)이 일어났다

<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Gillian T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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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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