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말.

-장우철 <좋아서 웃었다> 중


Y: 여름방학이라니, 듣기만 해도 즐겁고 생기 넘치는 단어야.

A: 방학은 학생시절의 특권이지!

Y: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사라진 권리, 얼른 보장하라!

A: ㅎㅎㅎㅎ 우리의 빼앗긴 방학에도 봄은 오는가!

Y: 넥타이 동져 매고 투쟁하러 나가자!

A: 위험한 발언일세! ㅎㅎㅎㅎㅎㅎ

Y: ㅋㅋㅋㅋ 걱정 없이 쉬고 싶은 마음에 그만 이성을 잃었구나. 그때도 방학 숙제나 일기, 소발명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편치는 않았지.

A: 선생님께서 방학숙제책이랑 독후감책 나눠주고, 일기도 꼭 써야된다고 흑판에 적어주셨지. 소발명은 소학교 이후로는 없었지 아마?

Y: 매번 뭘 발명해야 하는데 머리를 짜내느라 힘들었던 기억만 난다. 또 부모님 도와서 집안일하고 작성하는 소감글이었나, 그런것도 있었는데. 매번 똑같이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텔레비전 보고 또 자고 일어나서 밥먹고… 그게 일상인데 뭘 적어야 할지 몰랐었던 그때.

A: 부모님 돕는 거는 일기의 단골 주제였지. ㅎㅎㅎ 난 월요일에는 부모님 도와 집안 청소를, 화요일에는 부모님 도와 장보기를, 수요일에는 부모님 도와 빨래를, 목요일에는 부모님 도와 쓰레기를, 금요일에는 부모님 도와 밥을 했다고 적었어. ㅋㅋ 똑같은 레파토리에 날짜만 바꿨지. 선생님이 날 대단한 효녀로 착각하진 않았을까 걱정이 조금 되지만.ㅋㅋ 선생님이 일기를 본다는 자체가 이미 일기가 아니어서, 억지로 썼지 뭐.

Y: 우와~ 방학에 참 알차게 다양한 걸 했구나. 난 과수원에 올라가서 배를 땄던 게 기억에 남아. 중학교랑 대학교 때는 자원봉사 활동도 참여해야 했었는데 그 땡볕에 나가서 쓰레기 줍기부터 시작해서 양로원이나 주민센터가서 여러 공익 활동들을 했었어. 뭐든 의무적으로 해야 하니 반항 심리가 더 생겨났던 것 같아.

A: 방학에 꼭 해야 하는 일들이었잖아. 쓰레기 주으러 산에 있는 샘치터에 간 적도 있었지. 소학교 때인데 10L짜리 물통에 샘치물을 긷겠다고 그 무거운걸 끌고 산을 탄 적도 있었어. ㅋㅋㅋ 지금 생각해도 무모하고 무식하게 힘자랑을 했구나 싶어.

Y: 그때는 체력이 남아 돌았으니 물 긷는 것도 재밌게 느껴졌어. 학교 기념일 행사가 있을 때는 교실에 모여서 춤 연습하고 개학 해서 무대를 다른 애들 앞에서 공개했었어. 최신 유행 가요에 맞춰서 춤을 배우는게 마냥 재밌었던 시절. 지금은 춤이 어려워졌는지 내 몸이 이상해진 건지 아무리 하려고 해도 따라 춰지지 않는 병에 걸렸어.

A: ㅎㅎㅎㅎㅎ 나는 그때도 썩 잘 추진 못했어. 다만 그때는 부끄러움이 적어서 내 몸뚱아리를 마구 흐느적 댔던 것으로. 소학교 때는 방학에 과외를 받는 사람이 극소수였지. 난 더구나 과외를 모르고 살았고. 그래서 방학이 지루할 정도로 길게 느껴졌어.

Y: 오히려 얼른 학교에 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지. 난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동네 친구 집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MP3로 주구장창 노래를 들었어. 대부분은 TV를 달고 살았는데 아침부터 밤까지 거의 모든 프로그램을 통달할 정도였어.

A: 나도 나도.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방학에 할게 너무 없었어. 방학에는 부모님들이 출근해서 TV도 맘껏 볼 수 있었지만 평일에는 TV도 재밌는게 없었어. 그래서 맨날 밖으로 싸돌아 다녔는데 새카맣게 타서는 감재댔다고 어른들에게 놀림을 당했지.

Y: ㅋㅋㅋ 발에 산다 자국이 알릴 정도로 타는게 일상이었지. 한번은 막 자전거 배웠던 때라 자전거를 타고 산을 올라갔는데, 하산할 때도 자전거에서 내리기 싫어 그냥 타고 내려다가 결국 한바퀴 굴러서 온몸에 상처가 났던… 근데 오후에 해질 때 쯤이면 어르신들이 동네 길어구에 모여앉아 있는게 일상이어서, 상처 난 몸을 이끌고 어르신들을 피해 돌아가느라 겨우 집을 들어갔었어.

A: 그늘 진 곳엔 늘쌍 어르신 분들이 앉아 계셨지. 그리고는 한마디씩 꼭 하셨지. ㅎㅎㅎ

Y: 동네 사람들 모두가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는게 당연했었지.

A: 난 그것도 생각나. 저녁에 광장에 모여서 분수가 나오는 데서 막 옷이 다 젖는 것도 모르고 뛰어 놀곤 했었지. 배드민톤도 치고 제기도 차고. 소학교 담임 선생님이 반급 애들을 다 불러 모아 남문광장에서 같이 놀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하군. 호호

Y: 난 왜 기억에 없는지… 아무튼 남문광장에 야식은 정말 맛있었어. 감자 지지미랑 구운 옥수수랑 다 그리운 음식이야.

A: 크~~~ 감재 지지미 냄새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 소학생이다보니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원 한장 꺼내서 사먹고 했지. 그러고 보면 소학교 때 방학이 제일 다채로운 것 같아. 중학교 때는 기억이 잘 나지도 않고, 고중 때는 방학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공부하느라 바빴어.

Y: 고중 때는 겨울 바람을 뚫고 보충 수업하러 다니느라 방학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겠어. 대학교 때 방학에는 대부분 실습을 했었는데 가끔 자유롭게 여행도 다니고 처음 집을 떠나 스스로 생활하다 보니 여러 체험을 할 수 있었어. 다른 도시에서 학교를 다닌다는 건 삶에 있어 소중한 경험이기도 해. 처음 기숙사 생활을 시작할 때 부모님과 헤어지려고 하니 어색하고 두렵기도 했었는데 어찌어찌 4년이 흘렀어.

A: 1학년 때는 4년동안 대학을 다녀야 한다니 아득하게 느껴졌는데, 진짜로 눈 껌~뻑 하니 4년이 지나가 버렸지. 대학교 땐 오히려 방학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 방학에 집 갈 기차표를 알아보는 건 ‘주옥’같은 기말을 이겨내는 힘이었지. 북경역은 떠날 때나 돌아올 때나 꼭 사진을 찍었어. 나름의 상징성이 있는 장소로 여겨졌지.

Y: 난 상해다보니 기차를 타면 거의 이틀이 걸려야 집에 도착했었어. 4년 동안 통틀어 연길은 2번 정도 가고, 나머지는 부모님이 일하고 계시는 한국에 가거나, 대부분은 숙사에서 혼자 지냈었어. 내가 아마 우리 호실에서 제일 오래 머문 사람이었을 거야. 마지막 방학 때는 워낙 사람이 없다보니 다른 숙사로 옮겨야 했는데 다른 사람과 같이 지내서 불편하기도 하고 겨울이라 더 춥고 외로웠어. 졸업 후에는 비자 발급이 늦어져서 친구 집에 얹혀 열흘 정도 지내기도 했는데 떠날 때 “여기서 할 건 다 하고 떠난다”는 마음에 홀가분했어.

A: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대학 방학은 막중함과 해방감이 동시에 몰려오지. 나도 매번 제일 마지막 사람으로 기숙사를 떠났었어. 8명이 같이 사는 기숙사에 나 혼자 남으니 너무 조용하고 내 방마냥 아늑했어. 물론 겨울은 많이 추웠지. 방학에는 늘 하고싶은 일들이 넘쳐나서 몽땅 계획표에 집어넣지만… (생략).

Y: 많은 일들을 하는 와중에 절대로 공부에는 손도 안 대는게 나만의 원칙이었어ㅎㅎㅎ. 너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과거 여행을 떠나 그때로 돌아갔다 온 기분이야.

A: 훌쩍 지나간 과거가 요만치 가까워진 기분이랄까. 너무 과몰입을 해버렸어.

Y: 우리의 이 넘쳐나는 대화 량을 보면 과몰입이라는 표현이 딱 맞겠네.

A: 아 방학이여. 나는 너를 원하는데, 너는 왜 나를 떠나느냐.

Y: 우리의 가슴 속에 묻어두자.

A: 또르르. ;ㅡ;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또다른 방이 펼쳐집니다. 클릭클릭~!]

A_직장인인데 방학이 있어요

Y_참으로 빛났던 그, 때


쎔네일 BY 팬시기

https://grafolio.naver.com/works/1992279


노랑글방 위쳇계정도 운영하고 있답니다~. 많이많이 들러주세요~.

  ‘구독’과 ‘좋아요’는 사랑입니다. ^^

Norang Geulbang

이 글을 공유하기:

노랑글방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10
좋아요
오~ 오~
1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2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1. 어느 요약봇이 두분 대화가 재미있어서: “다시 쓰는 우리의 방학일기”라는 제목의 wulinamu.com의 글은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까지의 방학 경험에 대한 향수 어린 회상입니다. 저자들은 여름 방학에 대한 기쁜 기대와 그들의 날들을 채운 다양한 활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부모님을 도와 가사일을 하는 것이 방학 일기의 반복적인 주제가 되곤 했던 것을 회상합니다. 또한 산에서 물을 긷거나 밖에서 놀다가 햇볕에 타는 등의 모험과 해프닝도 언급합니다. 그들은 이웃 사람들이 서로를 알고 지내던 공동체 정신과 길거리 음식을 즐기는 것과 같은 간단한 즐거움을 따뜻하게 기억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그들의 방학 경험은 인턴십, 여행,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도전과 같은 것들을 포함하며 발전했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들의 대화는 학교 방학의 걱정 없는 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전달합니다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