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많이 올려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설명을 덧붙여야 하는 일이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포스팅이 있다.
더 늦기 전에, 뚝딱쌤인 내가 약 2년전에 했던 미술수업 비스무레한 어떤 영어캠프의 두시간에 대해 기록해본다. 뚝딱 잘해낸다는게 아니라 뚝딱거리며 어설펐다는 뜻.
그마저 우리나무에 X.H. 께서 올린 두편의 글에 적힌 아이디어 덕분.
원 아이디어에 수성펜을 사용하라고 했건만 나는 사무실에서 유성마카를 한뭉치 가져왔고, 저녁에 집에서 테스트해보니 물에 풀어져야 하는 물감이 유성펜인지라 풀어지지 않았다.
급히 메이퇀으로 수성펜 구매. 메이퇀에 별게 다 있음을 실감.
수업에 쓰일 필수도구인 휴지에 색칠해보고
떨리는 마음으로 물에 풀어보니 댕큐베리마치 물감이 풀어진다. 🥹
내일이 되었다. 이틀 캠프에 첫날은 반별 액티비티.
내 반에 배정된 비운의 아이들은 초2, 3학년 여덟명.
애브리바디 종이 한장씩 가져.
And then 자기 손을 그려. 예쁘게 잘 좀 그려.
done 했으면 손가락에 자기가 좋아하는걸 적어.
먹는거 노는거 사람이든 동물이든 상관없어.
영어로 적어. 모르면 티쳐한테 물어봐. (상냥)
열개만 적어 손가락이 열개니까 엄선해서 써야 해. 좋아하는거 쓸게 열개가 없다고? 그건 좀 슬픈 일 같은데.
넥스트로는 손가락에 다섯가지 색으로 색칠을 해봐.
좋아하는 색으로 칠하면 돼.
예쁘게 잘했네. 그리고 휴지 두칸씩 뜯어서 아까 손가락에 칠했던 색을 휴지에 칠해봐. 여기서는 선생님 나눠준 펜으로 해야해. 선생님 준걸로 안하면 좀따 다시 해야 할지도 몰라. 왜인지는 이따가 알게 돼. 지금 말하면 재미없거든. (아이디어 두개를 짜깁기 한것인지라 작업순서가 뜬금없고좀 억지스럽고 번거로웠으나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다행)
색칠한 휴지를 한사람씩 물에 넣어봐.
무슨 색이 나오는지 봐봐.
여기서부터 아이들이 신나한다.
남의 물감을 구경할때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 서로 무슨 색일 것 같다고 맞춰보기도 하다가, 자기 물감을 만들때면 표정이 진지하다.
자그마한 손이 아직은 아기손같다.
예쁜 보라색
초록과 파랑의 어디쯤.
이제 너의 색을 유리병에 담아볼까?
너는 빨강.
너는 파랑.
불을 비추니 다른 색이 나오네.
나란히 놓아보니
우리는 같고도 달라.
이튿날 대강당에서 각자 별 들고 발표할 때는 대부분 아이들이 쭈볏거렸다. 그러면 뭐 어떤가. 나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먼저 생각해보고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한게 아닌가.
대단한 것을 쓰고 말한건 아니지만, 즐거운 두시간이었다. 저마다 “나”라는 색의 물감을 담은 별 하나 득템.
————
이제 원글을 볼 시간.
클릭해보면 X.H의 작업은 군더더기 없고 사뭇 수려하다. 미술쌤은 역시 미술쌤.
집에서 쉽게할 수 있는 미술 놀이 1-나의 손을 그려 보아요
https://wulinamu.com/cartoon/17184/
집에서 쉽게할 수 있는 미술놀이3-휴지에 색칠하기
https://wulinamu.com/cartoon/173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