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서편집이기도 하고 가끔 글을 써서 타 잡지사에 투고하기도 하는 이른바 작가이다. 작가와 편집은 상호 협력 및 보완을 해서 더 좋은 결과물을 독자 앞에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는, 협력 파트너지만 많은 경우 서로 대척점에 서있기도 한다.

올 상반년에 책을 냈다. 편집의 입장에서 작가의 입장이 되여야 했다. 15년 동안 편집으로 일하면서 저자들과의 소통에서 힘들 때가 종종 있었다. 내가 저자의 입장에 섰을 때는 비슷한 경우로 편집을 난감하게 구는 일이 없도록, 아주 협조적이고 젠틀한 저자이고 싶었다. 그렇게 눼눼, 언제나 오케이만 하는 저자로 몇 달 간 지내다 인쇄공장으로 가기 전 마지막 내 원고 파일을 받아보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뒷목이 뻣뻣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당혹스러움과 어떤 분노였다.
겨우 심호흡을 하고 담당 편집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 억울함과 울울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곧장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빠 보기에도 너무하지 않니? 이게 머야? 웃기재야? 뭔데 막 손을 대니?
-니가 지금 대단히 화가 난 건 알겠는데 일단 눅잦혀봐. 이런 디테일은 저자인 당신만 아는 것들이야. 독자들 보기에는 다 비슷비슷해. 대부분의 독자한테는 뜻전달만 중요해.
-니가 뭘 알아? 당신이나 그렇겠지. 독자들도 다 안다고. 이상한 거 다 눈치 챈다고.
나는 내 독자들이 그리 건성인 독자는 아닐 거라고 항변했다. 한바탕 푸념을 하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마주앉아 한더미의 원고를 심열해야 했다.
“아, 이 사람은 왜 글을 이렇게 쓰는 거야? 각주도 안 밝히면 어쩌겠다는 거야?”
“아 주어, 보어, 술어가 딱딱 맞는 구절이 한 구절도 없어.”




(이 사진들은 최근 본 원고가 아님을 밝힘)
신경질적으로 휙휙 긋고 지우며 편집을 하다 생각해보니 이 저자들에게도 이 책은 자기가 낳은 자식 같은 분신이 아닐까 싶었다. 그 단어를 그 자리에 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나는 무슨 기준으로 그 단어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까?
한번 어떤 저자의 자서전을 편집하다가 내 기준으로 그분의 본인 자랑이 지나치다고 느껴졌다. 훌륭하신 분인데 본인 입으로 그런 자랑을 한다는 게 오히려 독자들이 보기에 감점요소가 될 것 같아 저자에게 그 부분은 삭제를 하거나 조금 더 말을 돌려서 하면 어떨까요 하는 내용으로 메일을 쓴 적이 있다.
저자는 흔쾌히 동의했고 썩 이후까지 나는 내가 편집으로서 아주 잘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나는 주제넘었다. 내 기준으로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저자의 선택이었고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볼지도 독자의 일이었다.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었다.
내가 편집일 때 나는 주제 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내가 작가일 때 나는 편집의 간섭을 못 견뎌 한다.
두 번째 책을 내보고서 알았다. 그동안 내가 저지른 만행도 만만치 않았음을. 자기 손톱 밑 가시가 남의 눈 속 불기둥보다 크게만 느껴져서 그런 것이었다. “나는 틀릴 수가 없다”는 완고한 고집이었고 아집이었다.
편집으로서의 나는 요즘, 아주 조금 달라졌다. 저자가 쓴 대로, 그대도 두는 것보다 1프로라도 나을 자신이 없으면 손을 안 대는 것이다.
‘자아가 없는’, 로봇 같은 정확함을 장착해야 하지만 따뜻한 공감력을 가져야 하는 편집… 불 같은 마음속 활화산 같은 정열을 독자나 편집이 받아들일만한 차분한 언어로 객관화시켜 표현해야 하는 글쓰기는 모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모두 주관적 느낌을 객관화시켜야 하는 작업이다.

ㅎㅎㅎ 독자 입장에선 원문 그대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 그리고 “주어, 보어,술어가 딱딱 맞는 구절이 한 구절도 없어”라는 말은 왜 이리 찔릴까요…? 😂
ㅋㅋㅋㅋ 주보술만 생각하다보면 그저 그렇고 그런 글을 쓰게 됨다 .
“오빠”말에 반박: 오래된 독자는 알아요. 이 작가는 여기다 이런 단어를 쓰지 않았으리라는거.
그렇군요 제가 맞았군요 ㅋㅋ
독자는 작가의 느낌을 더 많이 보고 싶어할것 같슴다. ㅋㅋㅋㅋㅋㅋ이 책 너무 잘 읽었슴다.
편집이 편집한테 요구하면서 서로 협업하듯이 보입니다 ㅋㅋ 궁금한거 있는데, 보통 수정해달라고 요구하면 수정해 주나요?
시는 토씨 하나도 바꾸면 안되는데, 수필도 작가 숨결을 여기서 느껴야짐요.
편집 일기 잘 보았음다
나는 몽실이 책을 보면서 , 몽실이를 이미 알고있었기에
모든 글들이 살아서 막 숨쉬는거 같았슴다…글 같기 몽실
감사합니다, 담에 책도 미리 주문하기쇼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