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동요


열둬살 즈음에 들었던 “산할아버지”라는 동요를 좋아했다. 노래부르는 소년의 목소리가 좋아서. 그리고 노래 자체도 어딘가 자유로운 기운이 넘쳐서. 

약 삼주전에 그 소년이 이십대시절의 김창완가수임을 알고 정말 크게 놀랐다. 산할아버지는 그러니까 산울림밴드가 만든 동요. 와 이거 실화? 

사실 김창완이 산울림밴드인건 알지만 그들의 노래를 잘 모르는 나에게 김창완은 가수보다는 배우다. 드라마에 조연으로 나와서 존재감 없어보이는 모습으로 존재감 확실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로 기억한다.  어딘가 뒤통수 칠 것 같은 그런 역할에 능한듯. 그 아저씨가 삼십년 전에 나에게 설레임을 주셨다니. 하하, 빅 서프라이즈다.

그래서 산울림 노래를 이것저것 아무거나 듣다가 재차, 또 삼차 서프라이즈까지.

그러니까 또 다른 동요 “꼬마야”도 산울림 노래였다. 이미 꼬마가 아닐때 이 노래를 들었던 나는 어딘가 있을 그런 “꽃신 신고 강가에 나갈” 꼬마를 상상하면서 아련한 행복감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노래의 화자는 꼬마에게 “강가에 나가보자”라고 부르고 있었고, 나는 그렇게 살뜰한 목소리로 꼬마를 보살피는 어떤 어른의 존재가 그리웠나보다. 아주 커서 나중에 내가 어른이 되면 꼬마에게 꽃신을 신기고 강가에 데려가려는 마음의 싹도 어쩌면 텄을 것 같기도 하고. 그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한마디로 “꼬마야”는 그런 정서를 선물하는 그런 노래. 행복한 아이에게는 행복의 확신을, 그렇지 못한 아이에게는 행복이라는 그림을 구체화해주는 노래. 그런데 세상에 그게 산울림 노래라고? 뒤늦게 알아서 아쉽지는 않고 그저 이런 놀라움이 좋다. 무언가를 몰랐던 사람에겐 그걸 나중에 알게되는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삼차 서프라이즈는 “개구장이”. 옛날옛적 나 중학교때 터보라는 그룹이 “검은고양이네로”라는 동요를 커버하더니 “개구장이”까지 들고 나왔을때 아 이거 둘다 동요잖아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개구장이마저 산울림의 노래였구나. 

그러니까 70년대에 노래가 자꾸 검열에 걸리다보니 동요를 만들기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4집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이차와 삼차 서프라이즈 사이, 어느 저녁 열시반에 대형서프라이즈도 있었지. 포고령에 나온 문구 중에 “처단” 이란 단어에 유독 소름이 돋았다. 하마트면 검열받는 시대로 돌아갈번. 이번 달은 서프라이즈로 꽉 찬 달이구나. 

아무튼 요며칠 산울림의 동요를 듣고있다. “큰 나무” 이런 노래의 간주는 어째 슬프기까지하다. 

그래서 경쾌한 사운드가 필요할때엔 “산할아버지”, “개구장이”를,

아련한 발라드가 듣고 싶을때엔 “꼬마야”를,

슬플 때는 “큰 나무”를,

이만하면 나름 다양한 정서에 부응하는 플레이리스트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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