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통화하는 남편의 말투를 엿듣다 보면 ‘왜 저리도 퉁명스러울까’란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들어보면 틀린 말도 아닌데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다 정작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무심한 “네”만 반복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선 참 아이러니해졌다. 너무 가까워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우리도 언젠가 서로에게 쉬이 상처를 주고 오해하고 귀를 닫게 되진 않을까. 두려워도 졌다.
그 시절 명절 때면 대가족이 모이는 일이 당연했었다. 지금도 여느 가족들은 매해 모이는 것을 관례로 여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갓 결혼해 첫 명절에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막막한 순간을 마주했다. 말로만 들어오던 것들이 이제 하나둘씩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서로 달리 살았던 가족과 가족의 구성원들이 만났다고 해서 무언가 바꾸고 시도하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더욱이 그 과정에서 내가 주체자가 돼야 한다면? 지금으로써는 이 지점이 가장 이해가 가질 않는다.
가족들과 모여 명절을 보낸 지는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10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물론 간혹 밥을 먹거나 여행을 다녀온 적은 있었지만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고 혹은 일이 바빠서 특정한 날에 모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청개구리 기질을 보태자면, 강요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모종의 반발심리도 있다(아직 철이 덜 든 모양이다).
하지만 반년 사이에 벌써 10번을 왔다 갔다 크고 작은 모임을 가졌는데 또 무언가 요구를 해오니 이제 조금 맥이 빠진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고민은 쌓여갈 텐데, 아직 발을 들이기도 전에 “시작을 해? 말아?”라고 되묻는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과와 용서의 무게는 무거워진다. 때론 서로의 오해와 상처를 지나치고 망각하기도 한다.
그 사실이 두렵고 슬프지만 오늘도 나는 누군가에게 오해를 얻고 오해가 되고 상처를 얻고 상처가 되어간다…
썸네일 BY _슬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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