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관련된 글이 늘 “감성적”이어야 하는 것은아니다. 

장마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에 잠이 안와서, 반성의 태도로 그 준비성부족의 경과를 낱낱이 또는 잠이 올때까지 헤아려보며 비와 관련된 실용적인 글을 쓰겠다 (“하겠다” 어미는 왜 늘 등장하는지) 

흐린날 못지 않게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 안개비, 소나기, 장대비 어떤 형식이든. 흐린날이나 우천을 좋아하는 것은 그저 성격탓 만은 아니고 체질과도 연관된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 다만 몇 년간 여름이면 폭우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정상적인 사회인이어야 하는 장소에서는 비오는게 좋다는 철없는 소리는 입밖에 내지 않는 편. 

이주전부터 비 온다고 하더니 가랑비만 오다 말다 하기에, 기후이상으로 이제 장마 사라졌다고 사람들은 확신있게 또는 얻어들은 소리들을 했고, 얻어들은 그 소리를 나도 심중에 몰래 아쉬움을 담고 둬번 번지긴 했다.

웬걸, 어제부터 하늘에 구멍 뚫렸다.

장마준비를 위해서는 몇 가지 개인소지품이 필요하다. 자기 습관과 취향에 따라 쟁여놓으면 장마철을 슬기롭게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재미롭게 보낼 수도 있다.

품목 1: 우산

어떤 우산을 고를 것인가. 먼저 색상을 정해야 한다.

“깜장산 노란산 찢어진우산”이라는 노래에도 등장하는거 보니 이 3종이 국룰인가 봄. 여기에 투명우산을 얹어본다.

여기서 약간 곁가지로 새서, 투명우산을 처음 본 것은 아마 중학교때쯤 일본드라마. 비를 가리면서 비를 볼수 있는 지혜로운 물건. 얼마뒤 내가 살던 작은 도시에도 투명우산이라는 것이 생기자 인민폐 15원인가 주고 그걸 샀다. 그러나 투명우산의 최대 단점은 3단으로 접히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비가 안올때 우산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하는 성미때문에 투명우산은 이프로 부족한 물건이다. 

아무튼 그러고 보면, 검정우산도 나쁘지 않고, 노랑우산이 예쁘긴 한것 같다. 노랑도 갖가지 톤이 있으니 밝은 노랑과 어두운 노란색 또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영화들에 자주 등장하는 빨간 우산은 너무 많이 봐서 감흥이 덜하다. 그래도 일본영화 <4월이야기>에서 마츠 다카코가 들고 서 있는 고장난 빨간 우산은 여전히 레전드. 아, 한국영화<클래식>에도 좋은 우산장면이 있었지. “언니, 그래도 이거 가져”라는 명대사와 함께. 

장우산을 싫어했는데, 이젠 장우산의 멋이 불편함을 이기는 날도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 접어서 가운데 부분을 손에 잡고 걸어가면, 뭐랄까, 없는 갓도 쓴 것 같고 마음이 갑자기 정의롭고 씩씩해진다. 다만 장우산의 길이는 중요하다. 신장 대비 우산이 너무 길면 애처로워보이니까. 

품목 2: 손수건

실내 진입 후 두루두루 물기를 닦아야 하지 않겠나요. 휴지로 닦으면 여기저기 붙으니까요. 

품목3: 발수 되는 또는 되는척 하는 적당히 긴 아우터. 잘 마르는 치마 또는 반바지. 

옷은 더욱 개인적 취향의 영역기에 상세하게 아는척하고 싶지 않아서 패스. 다만 긴바지는 가능한 기피. 젖으면 볼썽사나운데다가, 종일 불편 보장. 

품목4: 장화 또는 고무샌들 즉 젤리슈즈

90년대에 케이트모스가 신었다는 헌터부츠 및 그 아류들은 십년 전에도 패션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지 않았다. 도대체 장화는 어느 타이밍에 신고나서야 하는지 지금도 모르겠으니까.  아침부터 비온다면 오케이, 그런데 오후에 개이면? 아침에 개이는데 오후에 비온다고 하면 장화 미리 등장해도 안녕한건가? 그리고 헌터부츠에서 가장 잘난 롱부츠는 키가 커야 걸을 때 무릎뒤가 부딪히지 않는다는 슬픈 사연.

아무튼 장화 없이 오늘 아침 고양이와개같다는 장대비를 뚫고 출근하고나니 신발이 다 젖어있었다. 맘에 드는 고무산다 즉 젤리슈즈를 사려고 찾아보니 26일에야 도착가능. 

열흘 뒤에야 도착가능한 젤리슈즈의 야속함이 이 밤의 불면의 원인. 내일도 비오는데  어느 신발을 적셔줄 차례란 말인가.

이상 나름 순서를 매겨가며 쓴 실용문이 쓸모가 없으리라 인정하려는 순간 잠이 쏟아지니, 

실용적이었던걸로. 

가로등 주변 비오는 모습이 예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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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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