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검은 장막이 갈라질 때
구름의 심장에 불씨가 꽂힌다
번개의 심지에 불이 스며들고
천둥의 뿌리가 타올라
물로 빚은 불꽃이 땅을 갈라 피여난다
탁, 타다닥, 탁탁
바람의 척추를 딛고
빗소리가 시간의 곡선을 두드린다
물에 잠긴 세상 위로
기억을 머금은 파편들이 떠돈다
우산의 꽃잎이 피어오르는 밤
불꽃의 꽃술이 야공에 흩날린다
한 순간의 반짝임 속에
조각난 별들의 함성이 허공에 걸린다
생과 사의 동공이
천공의 벽에 박혀 굳어버렸다
검은 눈동자의 소용돌이에
새벽의 틈이 빨려 들어간다
천상의 향연에
샴페인의 폭죽이 터져오르고
불꽃놀이가 어둠을 휘감는다
이슬의 그림자가
유리창에 흐려진다
뒤집힌 세월의 허상들이
거울 속에 춤춘다
굳어진 시간의 뼈대가
우산 아래 드러난다
꺼져 가는 불꽃의 실루엣이
빗물에 떨고 있다
잃어버린 태양을 겨누어
소나기가 무지개의 활을 당길 때까지
방울방울 신기루의 거품을
구름이 가슴에 삼키고 뱉는다
한 알 이슬이 터져
불꽃 한 송이 피어오른다
물 속에서 솟구쳐나와
불 속으로 빨려드는 날
한 줌 어두움을
새벽 해가 삼켜버리는 순간
시간의 활시위에
불씨 한 알이 또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