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가 나무에서 멀어지는 일을
가을이라 부른다.
그럼 나는 어느 계절에 와 있는 걸까?
눈을 감고 나를 찾아보니
거긴 아마도 5월의 끝자락,
봄과 여름 사이 어디쯤.
공교롭게도 나는 5월 20일 생이다.
바로 봄과 여름 사이,
애써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30대 중후반 나이,
만으로 해도 36세인 지금의 나는
꼭 태어난 계절에 서 있는 기분이다.
새싹이 돋아나는 10대, 20대, 멋 모르고 지나,
휘몰아쳤던 30대 1부를 아름아름 지나,
제법 무르익은 30대 2부를 시작하는 느낌.
큰 것보다 소소한 것이 보이는 그런 나이,
많은 것보다 적당한 것이 편한 그런 나이,
반짝이는 것보다 우직한 것이 좋은 그런 나이,
원망보다 감사함이 먼저인 그런 나이,
전자보다 후자가 더 근사하게 느껴지는 그런
나이와 마주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나는 폭풍우가 내리는 여름,
쓸쓸한 가을,
폭설로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나무 그늘에서 먹는 수박이 달콤한 여름,
단풍이 물든 산책로가 아름다운 가을,
눈 온 뒤 맑은 하늘이 예쁜 겨울을,
상상하고 기다리며 견뎌낼 것이다.
쓴맛 뒤에 찾아오는 달콤함의 유혹을
당해낼 재간이 나에겐 없기 때문이다.
곧 다가오는 나의 또 다른 계절이 기대된다.
(하지만, 천천히 와주길 바라,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