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밖으로

펼쳐 나가리.


어렸을 적 나의 꿈은 백마탄 왕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의 운명은 그러한 나의 꿈과 달리 완전히 상반된 방향으로 흘러갔다.

“교수님, 저는 왜 항상 어디서든 투쟁하고 있을까요? 저도 이젠 좀 평온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아니야, 본인은 그렇게 타고난거야.”

교수님 마저…라고 투정부리고 싶었지만 어떤 말 보다 안도되는 말이였다.

나는 이러한 정처 없는 삶이 나의 숙명이 되는 것에 두려워 했었다.

그리고 암흑 같은 두려움 속에서 빛을 그려가는 정령으로 자신을 임명해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

몇 년이 흘렀을까?

어느 날 깨닫는다.

나는 인간의 사랑을 너무 깊이 헤아린 나머지 자신이 백마였다는 사실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나는 공주도 왕자도 아닌 그 사이에 묵묵히 등장한 백마였다. 

인간의 규칙을 헤아릴 수 있고, 아무런 구애없이 언제든 광야에서 자유롭게 내달릴 수 있는 그러한 백마 말이다.

만일 나의 숙명에 투쟁은 기피할 수 없는 전제 조건과 같은 것이라면, 이젠 그것은 더 이상 두려움을 자아낸 파괴의 징표가 아니라 오히려 암흑에 묻힌 빛의 존재를 이리 저리 휘젓어 끄집어내는 희망의 상징이다.

지니(djinn)가 돼버린 백마는 인간이 만든 동화의 세계를 뛰쳐나와 구속없이, 더 광활한 저 너머를 향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쳐 나가리.

이 글을 공유하기:
Exit mobile ver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