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뜰하뜰한 모디비

고향의 잊을수 없는 디비맛...


어릴적 우리 동네에도 한족아바이가 하는 디비방이 한개 있었다.

노란전등을 항상 켜놓은 어둑시그레하고 축축한 디비방이였지만(자칫 위생불결이라 생각하실수 있지만 분위기만 그렇지 나름 깨끗하게 잘 정돈된 디비방이였다. 내가 가는 시간이 항상 어둑시그레한 때여서 글케 보였을상 싶다.) 나오는 디비맛은  50대중반을  먹은 내가 중국전체를 돌아다니면서 먹어본 디비중에 으뜸이였다. 

우리 어릴적에는 단백질원이 많지 않았다.지금처럼 계란을 마음대로 먹을수 있는 세월도 아니였기에 저렴하지만 양질의 단백질을 보충받을수 있는 아주 우수한 음식으로 단연 디비가 일품이였다. 

디비바꾸는 일은 잔신부름 정도에 드는 일이였기에 디비를 바꿔오는 임무는 당연히 막내인 내게주어졌고 온집식구의 식탁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거의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파란썰료통에콩을 담아가지고 오십전짜리 지페를 쥐고 디비방으로 갔다. 

일찍 안 가면 첫판두부를 못 사기에 항상 어스름한 새벽이면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다. 지금처럼 볼수 있는 손전화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무료함을 달래는건 한족아바이가 투박한 손으로 디비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였다. 

커다란 양철대야에 전날 잘 불린 콩을 전기매돌에 퍼 넣어서 돌리면 곱게 갈린 콩국이 매돌옆의홈을 타고 바로쇠가마에 흘러내리고 한족아바이는 기다란 국자로 가마를 계속 저어가며 타붙는걸 방지하면서 콩국을 끓인다. 콩국이 보글 보글 잘 끓어오르면 한족아바이는 천장에 대롱 대롱 달린 거름보를 옮겨다가 끓어올라 잘 익은 콩국을 거름보에 퍼 담아서 비지와 콩국을 가르고 비지를 걸러낸 콩국은 이제 눈대중으로 간수를 넣어서 살살 저어준다.

콩국이 간수랑 반응하여 디비꽃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디비의 일차완성품-초디비가 되는것이다. 그 시절에 초디비를 먹는다는건 사치이니 초디비는 그냥 눈요기로 지나가고 모형틀을 놓고 디비꽃을 모형틀에 퍼 담는다. 수십년간의 노하우인지라 모형틀에 다 담으면 그 큰 쇠가마도 다 비고 누름틀을 넣고 위에 각목을 여러개 쌓아서 유압쟈끼로 누른다. 한참을 눌러서 물기가 다 빠진다 싶으면 겹겹이 쌓았던걸 차곡차곡 해체를 하면 디비 한판 완성 … 한족아바이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차분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나무자를 대고 디비를 모단위로 자르기… 

그때 디비한모는지금슈퍼에서 파는 공장디비 두개반 정도는 되는듯 하다. 금방 판에서 나온 디비는 정말 하뜰하뜰의 절정이다. 자칫하면 흩어질듯 하면서도 모양을 유지하는 그 경지… 언어로 표현하자면 정말 하뜰하뜰을 빼고는 어떻게 묘사를 할수 없는 모양새다. 

한족아바이는 디비가 완성되면 줄지어 놓여 있는 콩이 들어있는 통의 순서대로 콩무게달고 가공비를 받고 때묻은 앞치마주머니에 가공비를 넣고 통을 물로 씻어서 요구하는 수량대로 디비를 담아준다. 그 하뜰하뜰한 디비들은 썰료통에 들어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수분이 나오면서 금방 물에 잠긴다. 그걸 집까지 들고가는데는 어린 걸음에 한십오분… 행여 식을 세라 잰걸음을 걸어도 어린 걸음이니 꽤 오래 걸렸다. 

식지 않은 디비를 집에 들고가면 온 집식구의 아침상이 시작되는것이다. 밥상 한가운데 밥소래가 놓여지고 (그때는 집집마다 소래에 밥을 담아서 밥상중간에 놓고 다 같이 숫가락으로 퍼서 먹었다.) 모디비,토간장,라죠유(辣椒油)김치굴김치,된장찌개,그 세월의 진수성찬이였다. 고기는 아니지만 고소함이 넘치는 하뜰하뜰한 고향디비… 

고향을 떠난지 몇해 지나서 그때는 결혼전이라 휴가가 생기면 고향으로 누님네 집에 가곤했다. 떠나기전에 언제 도착한다고 누님한테 전화를 하면 “머이먹기싶니? 니 오는 날에 맞춰서 해 놓을게…”나의 대답은 항상 시종일관 했다.  “누나 딴거는 다 필요 없구 누나네 강된장에 모디비 바꽈놓구  토간장 라죠유 이래믄 제일이요… 다른거는 절대 필요없소”…도착해서 먹는 그 맛은 더 말해서 뭣 하랴… 타향의 진수성찬을 다 갖다놔도 바꿀수 없는 고향의 그 맛… 

나중에 직장에 다니면서 전국각지를 수없이 돌아다니면서 디비를 먹어봤지만 내 고향의 그 어둑시그레한 노란전등이 있는 항상 뽀얀수증기가 차넘치던 디비방에서 나오던 그 한족아바이가 만든 디비맛은 정녕 다시 찾을수 없는 맛임을 다시 한번 느껴야 했다. 

고향의 하뜰하뜰한디비… 이제는 아득한 어릴적기억으로만 남은 고향의 맛이다. 

오늘도 어릴때 먹던 하뜰하뜰한 모디비를 추억하면서 타향의 하뜰하뜰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먼 철판디비를 양념맛으로 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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