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없이도 사는 어른

어쩌면 꿈 없이 살아간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능일지 모른다.


꽤 오랜 시간을 꿈 없이 살아왔다. 어쩌면 그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뭐든 꿈꿀 수 있고, 언제든지 꿈꿀 수 있기에, 막연하게나마 형체는 없지만 내겐 꿈이 있다고 믿어왔다. ‘꿈을 많이 꿔야 빨리 자란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고, 꿈이 있어야 바람직한 것이라는 편견과, 꿈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는 집착에 갇혀 살았다. 정작 ‘그래서 꿈이 뭐예요?’라는 질문 앞에서 말문이 막혔고, ‘글쎄…’로 얼버무리는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서야 꿈의 부재를 직시하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꿈이 너무 많아 대답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살다 보니 인생은 내가 바라던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몇 번이고 겪었다. 그때마다 나는 그저 안녕하기를 바랐고, 그럴 때마다 꿈과 타협했다. 그렇게  꿈은 점점 부피가 작아졌고 희미해졌으며 간절함도 함께 옅어졌다.

지금의 나에게는 흔히 말하는 거창한 의미의 꿈은 없다. 남들이 들으면 ‘오~!’하고 감탄할 만한 목표도 없다. 대신 꿈이라고 말하기엔 거창하지만, 사소해서 더 좋은 나만의 작은 TODO 리스트가 생겼다. 더 괜찮은 사람이고 싶다는 마음을 적어둔 것들, 그 소박한 바람들이 이제는 내 꿈을 대신한다.

비록 나는 더이상 ‘꿈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꿈 없이도 살아가는 법을 하나씩 터득하고 있다. 이제는 억지로 꿈을 만들어내기보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려 한다. 꿈 없이 살아가는 나를 미워하지 말고 장하게 여기며 살 것,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어도 스스로를 다독이며 살 것.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딱히 맘에 들어서라기보다는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말하며 살 것. 이렇게 또 오늘을 살아 내면, 내일도 어떻게든 버텨질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꿈 없이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도 조금씩 익숙해 질 것이다. 어쩌면 꿈 없이 살아간다는 것도, 또 하나의 재능일지 모른다.

‘꿈 없이 살아간다는 건, 또 다른 재능이다.’

김신회,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다>


썸네일 BY 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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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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