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결혼 해야지, 나이 더 들면 결혼 못 해, 지금도 늦은 거다…
가족 모임을 하게 된다면 항상 이런 말들로 시작을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결혼은 나와 먼 얘기 같아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냈다.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안 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와 관련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결혼이라… 흠…
'왜 결혼을 해야 하지? '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 혼자 벌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결혼하면 아이도 생길 텐데, 지금 이 세상이 장차 아이들이 살아가기에 좋은 세상인가?
아이가 생긴다면 마음 같아서는 재벌집 아이처럼 키우고 싶은데, 그럴 능력은 안 된다.
그렇다면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이는 나를 원망하지 않을까? 왜 낳았냐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지금의 삶으로 시선이 가게 된다.
지칠 때 마다 친구한테 농담 삼아 자주 했었던 말이 있다.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말아야지.'
나도 지금 사는 게 힘들다고 느껴지는데 아이한테 '힘들게 살지 말아라, 인생 별거 없다, 즐기면서 살아라' 라는 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지금 마음이 꼬여서 그런지 세상이 안 좋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는 달랐다.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것에 로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살다보면 그런 소소한 기쁨도 있잖아. 횡단보도 안 기다리고 바로 건너 운 좋은 때'
'장 보러 갔는데 마침 세일 많이 하는 날일 때'
나는 항상 거창한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행복을 아주 먼 곳에 두고 살았다.
하지만 친구는 달랐다. 손에 닿는 거리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친구의 말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이 세상은 살기 좋구나' 라는 생각으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말들을 듣는 순간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너무 지쳐 있는 날에도, 누군가는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건넌 일 하나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이게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