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닿을수 없는 마음인줄 알지만 이번이 아니면 얘기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터놓으려 해.
미안해. 약속대로 나가지 못해서. 추운 겨울밤 오래 기다렸지. 정말 미안해.
—
어디가 좋았을가. 모르겠어. 그냥 설렜어.
선생님이 동전을 가져오라 했지. 무슨 수업이였는지 무슨 용도였는지 이제 기억이 안나네. 한줌 가져왔고 한개는 너에게 빌려줬지. 수업이 끝날 때 너는 내게 동전 바퀴를 돌려줬어. 동전에 구멍을 뚫고 가는 쇠줄을 끼워 매서 동전이 바퀴처럼 돌돌 돌아가게 만들었어. 어떻게 이런 궁리를 했지.
달라서 호기심이 동했을거야.
궁금했어. 하지만 가깝게 지내지는 않았지. 수업시간엔 앞뒤에 앉았지만 등교길엔 만나도 못본척 자기 길만 걸었지.
그러다 네가 사라졌어.
빈자리만 휑하니 남았어.
그러다 모자를 쓰고 돌아왔어. 잠간.
책도 빌렸어. 예전처럼.
그러다 또 사라졌어. 다시 안왔어. 그 자리에.
—
첫눈이 왔어.
편지가 왔어.
모르는 곳에서 모르는 이름으로.
"중학교 때 제일 친한 친구는 너와 00이였다"로 시작한 편지를 어릴 땐 달달 외웠는데.
전화도 왔어. 별 얘기는 안했던듯. 별거 아닌 얘기를 일기장에 또박또박 적었던듯.
사진도 주고 받았지. 사진관에 가야 찍을수 있던 그 시절에 일부러 사진관에 갔고, 머리를 왜 정돈하지 않았냐고 네가 그랬던가.
한번 만나서 얘기도 했어. 무슨 얘기를 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나. 추웠는지 많이 떨렸던듯.
—
그리고 또 만나자고 약속을 했지.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아버지가 으름장을 놨거든. 나가기만 하면 다리를 분질러놓겠다고. 나가서 얘기 못한다고 알려주고만 오겠다는데도 안된다고 해서 결국 못나갔어.
그날의 마음은 이제 기억이 안나.
지금도 미안해하고 있는건 확실해.
—
약속했던 그 자리에 눈이 굳었을때, 그 있잖아, 갓 내린 눈은 수분을 머금어 부드럽지만 녹지 않고 오래 있으면 겉면이 딴딴해지잖아. 볕을 못보는 눈은 더 땅땅해. 두께가 30센치쯤 될라나, 좀 더 될라나.
그때 힘껏 눌러서 쓰고 그렸어. 뭘 썼는지 뭘 그렸는지 기억에 없어.
—
졸업을 하면서 네가 살던 동네로 갔어. 친구랑.
반나절 내가에서 놀다가 심지어 거마리에게 습격도 당했다가, 그대로 집에 돌아가긴 아쉬워서 친구가 도와줬어.
물어물어 너네 집을 찾아가서 네가 있냐고 물어봐줬어.
이틀전엔가 어디 멀리 갔대. 어딘지 기억이 안나.
—
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흰 옷을 잘 입었고 그리고, 없네.
이제 못알아볼거야 서로. 기억을 못할수도 있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지 않아. 중요하지 않아.
사과만 전하고 싶어. 미안해.
—
자연에 눈, 비, 안개, 무지개, 바람, 꽃, 추억을 담을만한 것이 다양해서 다행이야. 너는 눈이야. 어느해에 내리든 첫눈은 너야.
***
仿佛在前世就认识了你
一种似曾相识的感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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