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차로 버티면서 바삐 보내다가, 7일간 실컷 자다가, 다시 카페인을 들이켰더니 철저히 실면했다. 그리고 애를 잡았다. 

– 기침약 먹으라고!

= 엄마가 그러면 기침을 참게 되잖아요~!

– 누가 기침을 참으래? 약을 먹으랬지!

1. 학부모면담 요청

그리고 낮에 선생님 위챗으로 통화요청이 들어왔다.

애 목소리였고 기여들어가는 목소리였다.

– 숙제를 내지 않아서 선생님이 학부모를 부르신다고

잘 못 듣지 않았다. 몇시 몇분에 학교에 오라고 한다. 

그 시간에 배드민턴 치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부르신다고? 애가 숙제를 안해서?

2. 별일 아니네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이 와보라고 하셔서, 배드민턴에 늦을거 같아. 

– 먼 일?

= 숙제를 내지 않아서

– 가 봐, 다행히 무슨 큰일이 아니네

아! 큰일이 아니네. 기억 났다. 이 친구가 어릴적 숙제를 안했다는걸.

붕~ 떴던 마음이 가라앉는 느낌, 삽시에 주변이 고요해진 느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학부모 18년에 이런 체험도 있어야지. 아쉬울번했네. 

3. 학부모 면담

30분 중 20분은 매우 엄숙한 표정으로 대하셨다. 

대학 시험을 칠거냐부터 시작해서 목표 대학은 있냐, 애 상태를 알고는 있냐 하시면서 군데군데 합쳐서 절반정도 비여있는 책을 한페지 한페지씩 보여줬다. 숙제로 냈고 수업시간에 강의했던 내용인데 필기는커녕 답안도 적지 않은걸 보면 숙제도 하지 않았고 강의도 듣지 않았다고.

– 您平时管孩子吗?

= 管……吗?确实没怎么管过。

– 管不了了吧?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특별히 딴 짓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선생님도 이 정도일줄 몰랐다면서 너무 놀라서 불렀다고 하신다. 

~ 애 성적이 어느 수준인지는 알고 있냐, 이 성적으로 어느 대학이 가능한지 아냐, 다들 노력하고 있는데 하던대로만 하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걸 아냐……

~~ 본인과 비교하면 예전보다 많이 노력하고 있는걸로 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성격이 워낙 자신을 압박하는 류형이 아니다. 

~ 그러면 부모가 옆에서 압박을 가해야 한다. 선생님도 무서워하지 않더라. 집에서 부모님도 두려워하지 않는것 같다. 사회에 나가면 좋은 일이지만 학생시절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본인이 못한다고 생각 안하더라…

~~ (어라? 칭찬인데?) 그러고보니 아이는 본인이 못한다고 생각한적이 없는것 같다. (웃음을 감출수 없으니 퍽 난감하군)

~ 긴장도가 너무 떨어진다. 시험이 200일 남짓이 남았다. 후딱 간다…

~~ 애들도 많은데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다. 지금 타이밍이 딱 좋은 것 같다. 일찍 발견했어도 별 효과가 없었을 것이다. 몇달 남은 이 시점이 참 좋다.   

그 무렵 선생님도 웃기 시작했다. 눈도 쭉 마주치고.

~ 사실 모든 과목이 다 그런게 아니다. 좋아하는 과목은 잘하더라… 

그리고 마무리할 무렵, 나도 모르게 튀여나온 한마디:

~~ 老师,您放心吧,肯定会有好结果的。

그리고 선생님의 그 표정: 无语,白说了

4. 별일 아니였어

배드민턴 치러 가서 친구에게 보고하고 피드백도 받고 혼나기도 하고.

– 기침이 숙제보다 중요하지. 기침약은 엄마가 받쳐줘야지.

= 내가 옹졸해서 그걸 못한단말이다. 

– 수업시간에 딴짓 안한다메? 숙제책이 비여있으니 듣지 않았다고 누가 그래? 들었지만 쓰지 않았을수도 있지! 

5. 한번으로 족해

집에 와서는 애한테 보고하고 수다 떨고.

– 긴장하지?

= 와~! 간 떨어지는줄~ 선생님이#$%^&*$@##$

(아니, 내 뜻은 에미가 어떻게 혼낼지 긴장하지 않냐는건데…)

– 내 배드민턴 한시간 내놔!

수업시간에 듣지 않은게 아니라, 들으면서 다른 과목 숙제를 썼다고 한다. 매우 바삐 보낸다고 한다. 하긴, 학교에서 다 하려니 바쁘지 않을 수 없지. 

– 니 성적으로 어디어디 갈 수 있대. 우리가 생각해뒀던 학교를 차마 말을 못했어. 그냥 대체적인 목표는 있으나 아직 정해진건 없다고만 했어.

= 그건 그 전 성적이고~ 

알지, 고1, 고2는 놀다가 고3에 공부하겠다는 당신 계획을. 그리고 한달간 달라진 모습도 보았고. 

– 선생님에게 설명하고 해석할 필요는 없어. 선생님도 일을 하는 것 뿐이고. 

애는 준비해둔 멘트가 있었다. 

= C(중학교 친구) 부모님은 선생님 위챗을 삭제했대요. C 위챗이 부모님건줄 알고 선생님이 뭐라 했는데 답장을 안했더니 그냥 그렇게 지나갔대.

– 나도 삭제할가?

= 그건 안돼! 청가를 내려면 위챗 있어야지.

6. 고압가마 김빼기

나만 힘든게 아니였다. 선생님도 며칠 쉬고 출근하니 막막하고 답답했을 것이다. 

표적이 필요했다. 

나는 아이를 표적으로 삼았고 선생님은 나를 표적으로 삼았다. 

표적이 되고나니 김이 빠지면서 홀가분해졌다. 

별일 아니네. 

별일 아닌걸로 김이 빠져서 다행이야. 

다시 발이 땅에 닿는 느낌. 잠이 잘 올것 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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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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