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거품 때문에]
샴푸를 할 때면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습니다.
그 틈으로 끊임없이 습격하는 과거의 이미지들, 과거는 집요합니다.
[소식]
약간의 공복감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현대과학의 주장,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대나무가 굳세면서도 유연한 건 속이 반쯤 비어서가 아닐런지.
[발기하는 경물들]
멋지지 아니한가, 침묵하는 풍경, 발기하는 경물들
그러니 내가 담아갈 수밖에… …
[새벽에 목이 말라 깨다.]
불현듯 떠오른 고향의 내 방, 그곳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면 고장난 자전거들이 나란히 서있고 가로등들이 애도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늘 그렇게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철길이 길게 펼쳐져있고, 철길을 따라서 좀 걷다보면 차단막이 있는 건널목을 만나게 되는데, 바로 그곳에 (나만 알지도 모르는) 폐허가 된 공군부대 옛터가 있다는걸, 그때 나는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아니면 팔짱을 끼고서 떠올리곤 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은밀한 풍경 얘기를 누구한테 해준 적이 있었던가? 그곳을 떠올릴 때마다 난 늘 방에 혼자였다.
[조각]
오호~ 강철 튜브로 온 몸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서도 몸이 텅텅 비어있는 이 양극적인 조화;
시선은 꽉 참과 텅 빔의 사이를 묘하게 통과해 저항 없이 스며듭니다.
[모형음식]
돈까스, 우동, 초밥… 그밖에 내가 모르는 '등등'의 음식들…
무슨 맛일지 궁금합니다. 만일 맛이 있다면 그것은 플라스틱 맛이겠지요.
'보기에 좋은 것이 맛도 좋다'는 선인들의 말이 반드시 맞는 말은 아니라는 거지요~.
[무제]
생각이 없으니 생각을 보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욕망이 키드득 하는 소리만 커간다.
[그녀가 자랑스레 한 말]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왜 그런지 한결 같이 헌신적인 사람들이였어요…”
도로 삼켰던 대답; ‘사랑에 빠지면 원래 그렇게 되는게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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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없으니 생각을 보살필. 필요가 없어졌다…….. 전 왜 카뮈가 떠오르죠 , 욕망이 키드득키드득… 생각을 보살피고 싶지 않아요
한 3년 만에 이 글 다시 읽는 같은데.. ‘새박에 목이 말라 깨다’ 그 부분에서 먼가 감동이 밀려왔슴다. 그런 밤, 그런 경물, 그런 데자뷰들이 있았던 그런 느낌이 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