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하고 요일이 잊혀지기 시작한 어느 날, 창문 앞으로 날아 지나가는 까치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기다란 꽁지를 달싹이며 날아가고, 어떤 날에는 자기 몸집보다 더 긴 가지를 입에 물고 지나갔다. 그런 광경은 처음이라 나는 창문을 열고 보게 되었다. 언제부터 짓기 시작한 건지 멀지 않은 나무 위에 아담한 까치둥지가 보였다. 

나뭇잎이 다 떨어진 앙상한 나무에 둥지를 튼 까치둥지는 유난히 잘 보였다. 어제 봤던 그 까치가 오늘 그 까치인지는 알 수 없으나 (암수가 같은 빛갈이라고 하니 알 길이 없다.) 까치는(들은) 연속 며칠을 부지런히 가지를 물고 날아다녔다. 창문에 보일때마다 오래된 이웃처럼 반가움이 밀려왔다. 딸아이는 까치둥지에 아빠까치, 엄마까치 그리고 애기까치가 있을거라고 했다. 제법 그럴듯 했다.

까치의 둥지사랑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에는 괜히 걱정이 되었다. 나무들도 사정없이 흔들리는 이 바람에 까치둥지는 괜찮은 건지. 창문을 열고 머리를 빼꼼 내밀면 보이는 그 까치둥지는 의외로 끄떡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살면서 바람의 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아는 바람의 소리는 바다의 파도 소리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강한 바람은 피부로 느껴져 매섭다 정도로 느껴지는 기류라고만 생각했다. 

코로나로 집콕이 이어지던 어느 날, 나는 난생처음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뭐랄까. 손에 호르래기를 들고 누군가가 휘릭휘릭 경고라도 하듯이, 성질부리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내 말은 바람이 거세지니 목소리가 있다는 듯이 물리적인 소리가 들렸다. 뭔가 겁주듯이 기승을 부리는 공격적인 소리라고 해야 할까. 좀 무서웠다. 

잎이 듬성듬성 떨어진 나무들이 좌우로 세차게 흔들리고 가지가 가냘픈 관목들은 더 사정없이 흔들렸다. 가끔은 바람이 사나운 소리를 내며 기승을 부릴 때면 관목들은 뺨이라도 맞은 듯이 한편으로만 쏠려 있다가 다시 좌우로 흔들렸다. 소리에 민감한 딸아이는 낮잠에서 깨어 무슨 소리냐며 물었다. 나는 바람의 소리라고 했다. 그녀는 소리가 너무 크다면서 조그마한 두 손으로 귀를 꼭 막았다. 

늘 거기에 있었으련만, 집콕을 하니,거리를 두니 비로소 보인다. 까치도…바람의 존재도…이런 거센 바람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까치둥지가 그저 신기하고 기쁨이 되는 하루이다. 

코로나는 지금 돌이켜보면 바쁘게 돌아가는 모두의 일상에 끼이익 급브레이크라도 밟듯이 들이닥쳤다. 선후가 있긴 했지만 모든것이 강제로 급정지 당한 느낌이다. 그 관성으로 인한 피해에 지구촌이 아직도 삐걱거린다. 팬데믹으로 이어진 코로나가 지나가면 뭐가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스웨덴의 환경보호가 16세 여자아이의 울부짖음은 뉴스로 며칠 뜨다가 지나간 일이 되었다. "How dare you" 라며 분노와 슬픔이 같이 묻어났던 그레타 톤베리의 얼굴을 잊을수 없다. 자연을 자연 그대로 지켜보는 일이 언제부터 사치가 되었을까. 대자연이 인간보다 큼을 인간은 정녕 망각한건가…아니면 인간이 대자연보다 크다고 착각하는건가…

까치는 원하는 자리에, 원하는 타이밍에 부지런히 갖다 나르고 지으니 "집" 한 채가 완성된다. 멋지지 않은가. 자연에서 취하였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저 둥지가 오늘따라 유난히 커보인다.작은 몸짓으로 하늘을 마음껏 누비는 저 까치가 오늘따라 그리도 자유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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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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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렇게 보니 그동안 인류만 부단히 발전해왔고 나머지 동물이나 식물들은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간직해온거 같네요. 자연의 파괴에 의하여 부득불 조금씩은 변화되였겠지만. 산업혁명을 포함한 인류의 몇차례 혁명은 득이 더 많은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거리를 두고 보니 까치의 자유로운 대자연과 어우러지는 생활도 부럽네요 ㅋㅋ

  2. 쭈앙님이 쓴 글들을 거의 다 읽어보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글을 너무 잘 쓰는거 같슴다. 간단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혹시 대학때 전업이나 혹은 하고 있는 일이 글쓰는쪽이랑 연관이 있는지가 궁금해졌슴다 ㅋㅋ 너무 사적인거면 대답 안해도 됨다.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1. 오앗~아침부터 기분 좋은 댓글 감사합니당~^^ 어려운 글을 읽는 건 제가 싫어해서…ㅋㅋㅋ 쉽게 쉽게 쓰려고 하는 편입니다. (어려운 글은 논문으로 충분하다는 생각)ㅋㅋㅋ 대학교 때 전공은 오래전 일이라…ㅋㅋㅋ 영문과 전공이었습니다~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이라고 해서 문학이 들어가긴 했지만 지금은 다 까먹고(?) 문학을 사랑하는 열정만 남은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글 쓰는 쪽이랑 연관 있으면 정말 소원이 없을 것 같은데…(생각만 해도 좋네요)현실은 주업 육아에 부업 영어강사로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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