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의 마지막 날,
단풍이 물든 늦가을에 나는 보기 드문 풍경을 그것도 두번이나 목격했다.
늦가을에 접어들면서 한파 주의보까지 들려오는 요즘에 실로 특이한 현상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화과동지 花果同枝” — 꽃과 열매가 한 나무에 달려있는 풍경이다.
한 그루는 꽃사과나무(垂丝海棠树)다.
아파트 단지 입구의 노오랗게 물든 은행나무 바로 옆에 있었던 터라 앙상한 가지끝에 핀 진한 분홍색 꽃은 노란 배경 속에서 유난히 튀어 보였다.
조금더 가까이 줌인 해본다.

참 철없이 핀 꽃이다. 그것도 아주 예쁘게~
다른 한 그루도 꽃사과나무다.
이번에는 아파트 옆의 작은 공원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배경이 되어줄만 한 것이 없은 탓에 찬찬히 봐야만 발견할 수 있는 정도다.
나같이 그것을 눈여겨준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철없이 활짝 핀 꽃은 탐스럽기만 하다.

다닥다닥 달린 열매들 중에 피어있는 저 꽃이파리

얘네들은 봄이 온줄로 착각을 했나?
아니면 다음 봄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홀로 먼저 피었나?
철이 아닌 때에 철없이 피었으니 열매는 맺기 어렵겠구나.
보통의 경우,
“철들다”는 말은 긍정의 의미로
“철없다”는 그 반대의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나처럼 어린 시절부터 “철들다”라는 칭찬에 묶여버린 사람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나치게 철이든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른채 외적 기준에만 맞추려고 아등바등 애를 써왔었다.
이제부터는 철없이 마음이 가는대로 뭐든 해봐야 겠다.
제철이 지난지를 모르고 피어난 꽃이면 또 어떻고,
제철이 아직인지를 모르고 피어난 꽃이면 또 어쩔건데,
앙상한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열매를 뒤로 하고,
홀로 오똑하니 가지 끝에 분홍빛을 피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철없이 참 멋지구나~”
언제 어디서 피든 지든, 누군가 알아봐 주든 말든,
꽃이 피었다는 것은 이미 한껏 불태웠다는 증거니까!

철들지 말아요 우리 ㅎㅎ
좋은 생각입니다! 잘 생각 하셨어요.
넵^^ ㅎㅎ 의식적으로 파닥거리는 활력을 잃지 않으려고 해요~
어느 순간 갑자기 철드는 과정이 모든 것을 비평 없이 수긍하는 과정으로 되어버린 듯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혼자만의 소심한 반항을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