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날카로운 바람탓이였을가

    아침 문을 열고 밖에 나서는 순간 울컥 눈물이 솟았다

    왜서일가

    답이 없었다당황스러웠다급히 따져 물었고 합리적인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그러나 슬픔은 급작스러웠지만 진실했고 강렬했다.

   

    왜서일가오늘 아침 어떤 불길한 예감이라도 순간적으로 나를 훑고 지나갔던가?

    찬 공기를 힘껏 들이마셨다차거움이 내 페부 깊숙이로 들어와서 흩어지며 꿀꿀한 기분을 훨훨 날려버려주길 바랐다그러나 슬픔은 강한 흡착력을 가진 듯 가슴 안쪽에 단단히 들러붙는다.

나는 어제부터 아니 꽤 오래전부터 어떤 불쾌하거나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던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그리고 요즘 꾸었던 꿈들도 하나하나 돌이켜본다그 어떤 일이나 사람에 대해서도 아무리 다시 따져보아도 괴로움으로 재해석할 만한 리유가 없었다별탈 없는 시간들이였고 더러는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얼마만의 즐거움을 지닌 지극히 평범한 날들이였다

    

    아무런 계기도 전혀 없었다는 생각이 되려 기분 나쁘게 나를 엄습해왔다스스로 꼬리를 끊어버리고 도망치는 도마뱀처럼 이 꼬리를 무는 슬픔을 떨쳐버리고 싶었다

    고개를 들어 해를 바라보며 입귀를 량옆으로 끌어올린다이 기분을 벗어나고 싶었다진정하고 싶었다명랑해지고 싶었다억지로 자신에게 ‘웃어봐’ 하며 강요해본다

    

    찬바람이 불어간다갑자기 찾아온 슬픔이였지만 갑자기 사라져주지 않았다

    이 바람은 결코 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인가내 곁으로 스쳐간 것들이 어느것 하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 있는가아무도 모르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 몸에 얼마나 큰 흔적들을 남겼는가내가 만나는 사람들 또한 내 마음에 이러저러하게 얼마나 큰 흔적들을 남기고 있는가그렇다면 자연이라고 어찌 다르랴

    

     이 바람 속에 이제 스스로 죽어가야 하는 꽃들의 눈물냄새가 묻어왔는가세상이 가하는 불행에 어쩔 수 없이 망가져버린 누군가의 고통스럽고 무참한 한숨이 섞여있었는가내 의지령역이 아닌 무의식이 그걸 느끼며 연민에 가슴 떨리는 것일가아니면 가만히 혼자서 부르고 부르던 누군가의 숨결이 이 바람 속에 들어있었던가그것이 내 가슴 깊숙이를 쿡 찔렀는가… 

      그냥 확 무언가를 내던져 아무 답도 나오지 않는 갑갑함을 짤그랑 깨여보고 싶다엉망진창 취해서 답 하나 나오지 않는 생에 낄낄 웃어라도 주고 싶다아니면 이불이라도 뒤집어 쓰고 무덤같은 어둠을 만들고 줄줄 울고라도 싶다.

       

        이 예기치 못한 슬픔은 도대체 무엇일가?

       왜 리유 하나 없을가여태 나는 내 것이라고 이름할 수 있는 생활과  감정과 정신을 갖고 있지 않았던가사육되는 가축처럼 먹이에 매여서 그냥 살아온 것일가도대체 이 마음은 어디로부터 불쑥 튕겨나온 것일가아니면 나는 지금 스스로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자신을인식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모른 척하는 것일가?

괜히 날카롭고 예민해진다질기게 매달리는 물음앞에 속수무책이다나는 물음에 지쳐가더라도 대답에 이르지 못하며 또 물음을 깊이 사유하며 어떤 리해에로 도달하거나 하지도 못할 것이다알 수 없는 막막함이 덮쳐왔다땅도 슬프고 길도 슬프고 길가의 나무도 슬프고 달리는 차의 경적소리도 슬프고 날아가는 새의 날개도 슬프고 저 새와 눈 마주쳤을 이 땅 어느 구석의 누군가의 삶도 슬프고 …

     왜 이렇게 무작정 아득하게 슬픈 것일가?

     대답이 없다면 물음은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닐가아니 대답을 할 수 없어도 삶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하고 사고하게 하는 물음은 필요한지도 모른다그렇다면 내 물음은 그런 의미가 있는가아니면 한낮 시시한 짓거리에 불과한가시시한 짓거리를 하며 시공 속에 존재하는 나는 얼마의  가치가 있는가모든 존재하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증명하고 어느 시간인가를 기록하며 어떤 가치를 지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지도 모른다고 설득해버릴가어떤 존재가 굳이 의미를  찾아야 할 리유가 없다고 위안해버릴가세상 만물은 스스로 평가하고 확인할 수 없더라도  다만 이 시공 속에 존재함으로써 이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버릴가.

      아무리 존재를 필사적으로 부정해도 나는 엄연히 존재한다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한 생명체로 숨을 쉬며 슬픔을 느낀다는 것은 사실이니까나는 존재의 실감을 강하게 느끼고 싶었다생동하는 나의 생명을 찾아내여 간절히 껴안고 싶었다그것이 미움이든 사랑이든 아니면 경멸이든 찬미든 다만  아무 곳에라도 분명하게 초점을  맞추고 울고 싶었다그런데 나는 왜 리유도 없이 슬퍼지는 것일가

       도대체 이 슬픔은 무엇일가왜 불쑥 나타났을가언제까지 머무를가?

      눈물은 끝내 흐르지 않고 눈안에 고인채로 답답한 가슴은 터질 듯하다답을 찾겠다는 생각을 잊어야 했다기어이 잊으라는 강요가 목적이 되는 것조차도 버려야 했다다 놓아버리고 물음들이 의식을  무심히 스쳐가도록 하면 그만이다그러다 어느 감정선을 잡고 흔들기도 하겠지그 파장이 또 다른 파장이 될 수도 있겠지그렇게 나에게 머물며 무언가를 변화시키며 흘러가겠지뭐 가끔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일일지도 모른다그것들은 대개 징조조차 보이지 않다가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다인간의 마음 역시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것이 아닐가그렇게 나도 자연처럼 인간적 삶의 그런 특별한 하루를  겪은 것이다해독할 수는 없다해독할 필요도 없다.  살아내야 할 뿐이다.

    

       나는 오늘 자신을 그렇게 무가내에 내주기로 했다느닷없는 슬픔이 서서히 감싸고 스며들어와 내 정신을 올올이 물들일 그 때까지찬바람 속에 나를 고스란히 내여주며 끝까지 걸어들어가서 통과할 뿐이다어느날은 또 문득 찬바람이 멎고 답이 간단히 주어지는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냥 찬바람 속에 온몸을 밀어넣고 슬픈 정서를 느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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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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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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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와…어머나……읽는 내내 헉….어머나… 하면서 읽었어요… 어떻게 하나의 감정상태를 이토록 리얼하고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요??! 해비님 정말 그 슬픔이 무엇인지 어디서 어떻게 생겨난건지 잘 몰라도 이 글자 하나 하나에 그 슬픔들을 담아내면서 마음에 엉켜 붙은 것들이 조금이라도 해소되었으면 하네요.

  2. 원인을 아는 구체적인 슬픔은 어떤 미화나 정신승리가 아닌 결과 그대로를 묵묵히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만이 길임을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원인을 모르는 슬픔마저 이토록 찬찬히 보아주고 온전히 받아들일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말보다는 쓸쓸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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