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가 태여났다. 애의 말랑말랑한 피부를 만질 때마다 작고 이쁜 손을 손안에 감싸쥘 때마다 새근새근한 숨결이 내볼을 스칠 때마다 나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는 애에게 젖을 먹이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입히고 기저귀를 갈아 끼워주고…그러면서 늘 분주했다. 그리고 애는 자라면서 언제나 내 가슴을 파고들었고 언제나 “엄마”하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고 내가 애에게 해주어야 할 일들도 엄청나게 늘어갔다.  그러나 그 시간동안 나는 애에게 몰입해있었고 그만큼으로 내 몸은 힘들었을텐데 나는 언제나 .무한히 행복했고 한없이 풍요로웠다..

   그렇게 애가 자라고 어느날 밤 이부자리를 펴는데 애가 문득 배개를 안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엄마, 나 이제부터 혼자 잘래.”라고 했다. 늘 내 목을 꼭 껴안고서야 잠이 들던 애가 그렇게 말해올 때 너무 놀랐다. 그리고 잇달아 서운하고 허전한 감정이 내 가슴으로 아련히 스며들었다. 아무리 혼자 자라고 야단쳐도 울음을 터뜨리거나아니면 밤 늦도록 베개를 안고 앉아있기를 고집해가면서까지 기어이 내 곁에서 잠을 자고야 말던 애였기 때문이다. 늘 내곁에 당연하게 있을줄 알았는데 이렇게 어느날은 갑작스레 다가왔던 것이다.

     애의 방으로 들어가 이부자리를 펴주고 돌아나오며 내 눈안에는 안개같은 것이 그득이 모여왔다. 기실 언녕부터 애가 혼자 자야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날밤 나는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 목을 아플 정도로 꼭 그러안아오던 두손과 내 살갗에 비비던 따스한 얼굴이며 언제나 목덜미를 간지르던 애의 보드라운 숨결이 자꾸 생각났다… 괜히 일어나 애의 방으로 들어가서 잠든 애의 곁에 서있어보기도 이불을 여며주기도 얼굴을 만져주기도 애의 곁에 누워보기도 손을 잡아라보기도 했다. 애의 손은 어느사이에 내 손안에서 꼬물거리던 작은 손이 아니라 내손만큼 커져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지? 

    그렇게 애는 컸고 늘 맛있는 거 사달라고 조르던 애답지 않게“엄마가 피자 사줄게.”하는 나를 뒤에 떨쳐내며“친구랑 약속이 있어. 후에 사줘.”할 때가 많아졌다. 어느날은 하학하고 돌아오며“엄마, 나 이제 결혼하고 나서도 자주 엄마보러 올게.”하기도 했다. 늘“난 언제나 엄마랑 살래.”하던 딸애였는데 말이다. 언제나 나랑 함께 살아간다는 게 거짓말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또 그렇게 되길 바라지도 않았지만 괜히 가슴 한구석이 아려온다. 애는 조금씩 내 곁에서 떠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바보스레 서운하고 허전해졌을 따름이다. 

    그렇게 내 가슴에 꽉 차서 넘실거리는 서운함과 허전함을 느끼면서 나는 깜짝 놀라게 깨달은 것이있었다. 그때쯤 내 엄마도 이런 마음이였을가?

     나는 예전에 무척이나 매정하고 차가운 아이였다. 부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엄마의 가슴을 파고들었던적이 있으련만 내 기억 속에 남은 나는 언제나 엄마에게 랭정하고 싸늘한 그런 류형의 아이였을뿐이다. 나는 내가엄마에게 아무렇게나 굴어도 엄마는 언제나 당연히 받아줄 것이며 아무런 서운함이나 같은 걸 느끼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어쩌면 서운하거나 허전해한다고 느꼈어도 나는 그것까지도 엄마가 다 받아들여야한다는 리기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가 학교 기숙사에 가 있고 싶다며 짐을 꿍져가지고 엄마곁을 떠나갈 때, 앵두가 다 익었다는 엄마의 말에 별것도 아니라며 집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결국 남겨두었던 앵두가 하얗게 곰팡이가 났을 때, 내가 결혼을 하고 엄마네 집에 자주 들리지도 못할 때, 내 아이 아픈 것에 울고불고야단하면서도 엄마에게 아픈 데가 없는지 묻지조차 않았을 때…엄마의 가슴에는 어떤 아픔의 꽃이 피여있었을가? 왜 그랬을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예전이나 지금이나 너무 못돼먹은 철부지이다. 지금도 까탈스럽게 굴고 빡빡거리기를 잘한다. 그리고 혼자서 그런 자신을 미워한다.

     그런데 엄마는 나에게 절대로 소리높여 꾸중을 한적도 서운하다거나 허전하다는 내색조차도 보이지 않으신다. 그렇게 엄마는 바보이다. 아마도 엄마들에게서 그런 바보스러움을 빼면 엄마가 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엄마는 늘 김치를 담그어 오고 고추가루를 만들어 오고 만두를 빚어오며 극성이고 밥은 잘 먹고다니는지 아픈 데는없는지 일은 잘하고 있는지 걱정하고 바람이 불면 옷을 껴입으라고 길에서는 차조심을 해라고 당부한다…여전히자신은 아픈 데도 없다고 잘 있는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거짓말이다. 이제 엄마는 참으로 늙었다. 다리가 아파서 층계를 오르내리기 힘들어하신다. 눈이 뿌옇게 잘 보이지 않아서 무엇이든 잘못 볼 때가 많다. 정신력도 차해지셔서 가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기도 한다.

    이제 더는 내가 안길 수도 없다. 더는 내게 힘이 되여주지도 못한다.  그러나 이제 엄마가 내 곁을 떠나면 나의세상은 텅비여버릴 것같다. 생각만으로도 울컥 눈물이 난다. 엄마는 이제는 되려 내게 기대여올 수밖에 없다. 내사랑과 내 힘과 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엄마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견디기 괴롭다.

    이제 시간이 흐르고 먼 후날 내 아이가 내 나이가 되면 또 이렇게 눈물이 날가? 그런 생각을 하니 먼 후날의 일이지만 가슴이 아파온다. 애는 내가 없어도 절대로 나를 그리워하며 아프게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 더욱 활기차게자신의 생활을 즐기였으면 좋겠다. 애는 절대로 나를 향해 자신이 저질러온 무모한 일들을 후회하며 용서를 바라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다 잊고 있는 것들이니까. 애는 절대로 내가 말하고 행동한 것처럼 그렇게 닮아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애가 스스로를 믿어 당당하게 더 멋진 삶을 창조해갔으면 좋겠다. 

    언제까지든 내 품안에 품고 살아갈 수가 없는줄 잘안다. 그래서 이렇게 혼자서 세상 속에 뛰여들어 커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이젠 스스로 자기의 친구를 만들어가고 자기의 필요에 따라 생활을 선택할 줄을 알고 사랑을 감사하게 여기고 사랑을 누군가에게 베풀 줄도 알고 자기의 꿈을 향해 뜨거운 열정을 쏟을줄도 알고…너무 뿌듯하다. 그러면서도 저도모르게 자꾸 껴안아주고 싶어진다. 이젠 애가 되려 부담스러워하는데…애는 내 자궁으로부터 나왔지만 이제는 나를 떨어져야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야만 더욱 행복할 것이고 더욱 희망찰것이고 더욱 빛날 것이다. 그렇게 커가는 뒤모습을 바라보아야하는 것이 엄마가 아닐가?

     조금씩 조금씩 적응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준비해야할 것이다. 애를 내 품에서 보내줄 수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내가 적응을 하든 안하든 내가 준비를 마쳤든 못 마쳤든 애는 떠날 것이다. 그러니 오로지 내 것으로 남겨지는서운함과 허전함조차도 아이가 남겨준 선물처럼 소중히 껴안고 싶다. 차라리 준비나 같은 걸 필요로 하지 않고 바보스럽게 고집스럽게 아파지고 싶다

    내 앞으로 멀어져가는 아이의 씩씩한 어깨를 지켜보며 축복한다.

이 글을 공유하기:

해비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7
좋아요
오~ 오~
0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1. 애는 절대로 나를 향해 자신이 저질러온 무모한 일들을 후회하며 용서를 바라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미 다 잊고 있는 것들이니까 부모님은 진짜 이렇게 생각하실까여? 어제 전화에서 이제 연로하신 엄마에게 짜증을 부린 일이 아직 속에서 내려가질 않네요.. 섬세하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