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나무 울바자초리에 잠자리날개짓이 어여쁜 어느 여름이였다.
여름방학은 금방 시작되였으나 어머니는 근심이 태산같았다. 여름방학이 끝나기전에 마련되여야할 언니와 나의 학비때문이였다.
마침 외할머니한테서 전갈이 왔다. 동네에서 약재캐기부업이 한창인데 수입이 꽤나 쏠쏠하단다. 생각있으면 와서 약재나 캐란다.
어머니는 두말없이 길떠날 준비를 했고 대학에 다니는 언니와 고중에 다니는 나도 선뜻 따라나섰다.
외할머니께서 살고계셨던 마을은 아름다운 산을 끼고 앉은 오붓한 동네였다.
산, 유혹과 비밀과 그리고 약간의 두려움으로 우리를 맞아주는 산. 우리 세 식구는 처음 보는 약재를 가려내기만도 벅찬데 한평생 산을 타온 외할머니는 년세와 다르게 펄펄 난다.
겨우겨우 쫓아다니다 만난 산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은 나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준다.
해가 많이 기울어서야 집에 돌아와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저녁밥을 짓는 사이 언니와 나는 캐온 약재를 광주리에 담아 들고 얼마 멀지않은 소학교 뒤쪽의 개울에 싰으러 갔다.
이미 페교가 된듯한 소학교 운동장에서 십여명의 남자들이 뽈을 차고 있었다.
그 마을엔 십년전인 그때부터 처녀가난이 들어 처녀들을 차바곤으로 실어들여도 모자랄 지경으로 로총각들이 많다는 과장된 표현도 나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연 편을 나눠 축구를 할만큼 끌끌한 총각들이 많았었다.
먼 발치로 피끗 스쳐지났을뿐인데  약재를 싰고 뉘였뉘였 넘어가는 해를 등지고 돌아서는데 길옆둔덕에 그 뽈을 차던 총각들이 줄느런히 앉아있는것이다.
땀을 들이려고  앉아있는 모양이지 하고 생각하며 그 앞을 지나려니 검열을 받는듯 어색하고 불편스럽다.
우리가 지나치자 나에게는 큰아저씨벌로밖에 안보이는 그 총각들중 누군가 “가자.”하고 말하니 그제야 흩어지는것이다.
늦은 저녁상에 앉아 술목이 부러지게  밥을 퍼 올리는데 대문밖에서 발걸음소리, 말소리가 요란스럽다.
이 마을 총각들이 모여온거다. 그때에야 나는 그 남자들이 언니와 나를 말 붙여보려고 그런다는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공부밖에 모르던 열여덟 고중생인 내가 그 마을에서 대상자를 찾을 가능성이 적지만 막 대학졸업에 가까워지고 있는 언니가 그 마을에서 반려를 찾을 가능성은 거이 령에 가까운것이 아니겠는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대문밖에선 제법 기타소리까지 들려온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한 남자의 높여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우야, 여우야, 나와 놀자,”
나는 순간 밥을 입에 넣다말고 쿡 웃었고 소꿉놀이 시절에
“여우야, 여우야, 나와 놀자.”
“밥 먹는 시간이다.”
“반찬은 뭐냐?”

하던 유희가 떠올라 참으려던 웃음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드세기로 소문난 외할머니가 달려나갔다.
“야. 걔들 다 학생이다. 당장 못 가겠니? “
“아참, 할머니 무섭네. 우리가 어쨌게요?”
그 후론 외할머니는 세상을 떠났고 다시는 그 마을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얼마전 뻐스를 타고 그 마을을 스쳐지났는데 마을은 너무나 조용하였다. 신작로대신 콩크리트포장도로가 지난 마을의 골목에, 강가에 심심찮게 보이던 로총각들마저 바람에 불려간듯 마을은 깨끗하게 조용했다.
모두 어디로 갔을까, 외국에 갔을까 아니면 술판이나 마작판에 앉아있을까. 희망찾아 떠난 사람도 절망하고 무너진 사람도 있으리라.
내가 즐기는 한 수필속의 구절이 떠오른다.
“…백로도 떠나고 까마귀도 떠나고…”
태초에 인간은 하나의 공이였다고 한다. 하느님이 그 공을 두쪽으로 빠개니 한쪽은 남자가 되고 한쪽은 여자가 되였다한다. 반쪽이 된 남자와 여자는 더는 잘 굴러갈수 없게 되였다. 그래서 하나의 공이 되여 이 세상을 잘 굴러가기 위하여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자기의 반쪽을 찾아 합하려 한다는것이다. 인류의 음양조합의 중요성을 말하는것이리라.
그렇다면 자기의 반쪽을 계속 찾지못한 그 반쪽은 이 한 세상을 어떻게 굴러간단말인가.
어디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오는듯하다.
“여우야, 여우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건만 얄미운 여우들은 어디가서 꽁꽁 숨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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