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까만 밤 빗방울이 뿌려지고 있다. 가지 틈을 촘촘히 메우며 피었던 벚꽃 잎이 처량하게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를 좋아하는 나지만, 요즘은 괜히 적적하다. 빗소리를 반주 삼아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코끝이 찡해진다. 멜로디가 감정을 건드리며 고스란히 마음을 저며댄다. 밤이 노래로 메워지는 날이면 눈가에 슬며시 그리움이 차오르고 만다.
“잘 살아 보겠다고 모두다 갔다
눈물로 헤어져서 모두다 갔다
산다는 게 뭐이길래 산산이 부서져
그리움에 지쳐가며 살아야 하나?
오붓하게 모여 살 날
그 언제면 올까
손꼽아 기대려 본다네~”
–최승화 ’모두다 갔다’ 中에서
오래 전의 노래다. 방학이면 할머니 집에 놀러가서 자주 들었던 노래다.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지금도 생생하게 가사를 기억하는 걸 보니 아마 생각보다 더 많이 들었나 보다. 할머니가 테이프를 넣고 라지오를 틀면 어김없이 이 노래가 나왔다. 이 노래가 할머니의 애창곡이라고 했던 말도 기억이 난다.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면 할머니의 생각이 나서 어머니가 보고싶어 진다. 그래서 이 노래가 좋은데 밉다. 영상통화도 없던 그 옛날, 외로이 남겨진 할머니는 가족이 보고싶을 때 어떻게 그리움을 삼키셨을까? 노래가 할머니를 달래준걸까. 지금,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영상통화로 자주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지만 그리움은 덜어지지 않고 오히려 눈덩이 굴리듯 커진다. 밤은 깊어지는데 자꾸 짙어지는 그리움에, 달 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거리에 목이 메어온다. 노래는 입가에서 새어나와 귀가를 때리고 눈가를 적셨다. 벚꽃이 비에 적셔지는 밤, 나에게 눈물 젖은 추억이 하나 생겨버렸다.
추억 하나는 다른 기억들까지 지탱하는 힘이 있다고 한다. 봄밤의 소중한 그리움이 글로 기록되고 노래로 기억되어 결국은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테지?
* 이번 글은 이상하게 쓰다 막히고 쓰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감정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담아내고 싶은 욕심에 꾸역꾸역 감정을 눌러담았다. 행여 덜어내면 초라해질까 덧붙이면 촌스러워질까 하는 걱정이 많았다. 이또한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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