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천천히 성장할 시간을 주기


어릴 적 우리는 선생님의 수업 진도에 맞춰 따라가야만 했고, 따라가지 못하는 아이는 이해력이 딸리는 아이로 여겨졌다. 다행히 나는 이해력이 빨라 진도만큼은 무난히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사회에 나온 후에는 선생님의 수업 없이도 회사의 발걸음에 맞춰 걸어야 했다. 중국식 교육에 특화된 만큼 누군가 가르쳐주는 것은 잘 따라갔지만, 혼자서 무언가를 배우는 능력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급했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회사는 업무뿐 아니라 인간관계,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 잘 해결해야 하는 곳이었다. 즉, 나에게는 알잘딱깔센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이렇게 회사 생활을 불안감과 성취감 없이 보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우게 되었다. TMI이지만 나는 운동 실력이 0이고 유연성마저 0이었다. 선생님들도 놀랄 정도였으니. 첫 몇 달 수업은 몸에 근육을 쓰는 법조차 몰라, 이렇게 비싼 돈을 내고 다니는 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미 끊은 회원권이 아까워 그것만 다 채우자는 목표로 버텼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 달이 흘렀다. 신기하게도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고, 근육의 힘을 쓰는 법을 조금씩 터득하며 몸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성장할 시간을 충분히 주니, 서서히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회사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말없이 버티다 보니 3개월, 6개월, 1년 차가 되면서 보이기 시작했다. 몰랐던 것들이 보이고, 어려웠던 것들이 쉽게 이해되기 시작했다.

틱톡이 등장하면서 우리는 조급함 속에 살게 됐다. 빨리 돈 벌고 싶고, 빨리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다. 뭐든 시도해보고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금방 끝내버리기 일쑤였다. 그 속에서 우리가 간과한 것은 자신에게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영어를 잘하게 되지도, 하루아침에 운동을 잘하게 되지도 않는다. 오늘과 내일 그리고 모레가 쌓여 서서히 느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나에게 천천히 성장할 시간을 주려한다. 지금은 쭈뼛쭈뼛대고 폼이 안살아도 맞는 길을 걸어가보려한다. 그 끝에는 더 괜찮은 내가 있을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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