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국에서 친구들과 만남을 가졌었다. 3년만에 가는 한국이고 3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30대가 되어서 처음으로 가진 만남이였다. 우리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들을 함께 보냈다. 함께 술을 배웠고, 서로서로 연애상담을 해줬으며,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중심으로 해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함께 경험했다. 아직 어른은 아니였지만 어른들보다도 더 많은 모임을 가졌고, 더 많은 이벤트들을 조직했던거 같다. 학생신분에 맞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런 관계와의 만남이기에 만나기전부터 설레였다. 

꼬박 3일, 새벽까지 술 먹기가 가능한가? "가능했다". 이번에 느낀것이지만 사실 이젠 술은 곁들뿐(예전에는 扎啤杯에 干杯), 중요한건 우리들의 추억을 꺼내서 이야기하는 것이였다.  추억에는 아래의 3가지가 포함되여 있었다.

1.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함께 했던 일들

얘기해보면 우리는 그때 참으로 많은 일들을 함께 했었다. 그러하기에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여전히 자연스러웠고, 여러가지 농담들이 오고 갔다. 그때처럼 말이다. 갑자기 엄격하게 변한 영어써클 선생님의 태도를 못이겨서 거의 2년동안 다니던 학습반에서 봉기를 일으키고 걸어나온 이야기, "旧的不去,新的不来" 하면서 연애상담을 주고 받던 이야기, 땡땡이 치고 PC방에 가서 서로서로의 게임기록을 깨려고 점심부터 저녁까지 앉아 있던 이야기, 새로운 친구들이 하나 둘씩 추가되던 이야기… … 이런 많고 많은 빛났던(?) 기억들때문에 밤 새워가며 이야기하는건 문제도 아니였다. 졸리지만 않고 이튿날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지 않았다면 언제까지 계속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였던거 같다.

2. 우리가 함께 듣고 따라 불렀던 노래

또 다른 한가지 이유는 2차의 술을 집에서 마시면서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노래"들만 골라서 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런 노래 몇곡씩은 가슴에 품고 살아갈 것이다. 노래 전주만 들어도, 가사만 들어도 마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듯한 느낌을 주는 나만의 명곡 리스트. 이런 노래들이 플레이 될때면 저도 모르게 그때에 있었던 일들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아마 대부분 사랑과 우정에 관한 노래일 것이다. 한국가요가 우리한테 많은 영향을 미친거는 사실이다. 지금도 많이 듣고 있지만, 신곡보다도 옛날 노래들을 찾아 듣는 편이다. 이런 노래들이 있었기에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네가 하나 틀고, 내가 하나 틀면서 마셨다.

3.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이 부분은 진지하게 들어가진 않았지만 무언가 통했던거 같다. 그래서 더 좋았다. 30대 초반, 사실 모든게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배웠던 것들, 사회에 나와서 5년 넘게 일하면서 쌓았던 경력, 갈고 닦았던 사회생활 경험 등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로 이제부터 더 멋진 일들을 하기 위하여 우리모두 노력중일 것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속도와 시간은 누구도 모르지만 서로서로 응원하면서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같은 값이면 세상의 많고 많은 사람들중에서 나랑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잘 나가고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말이다.

이렇듯 모든게 어제와 같았고 모든게 그대로여서 좋았다. 돌이켜보면 초, 고중이후 다시는 그때처럼 그러한 순수하고 깊은 우정을 만들지 못한(않은) 나였다. 대학과 사회에서는 나의 커리어를 위하여 이런 관계를 만들고 돌볼 시간이 없었다. 하나 만드는데는 시간외에도 많은 정력들을 투자해야 하기에 내가 아예 엄두를 못 냈을수도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그러하다.

그런 관계가 있다. 아무런 노력 없이도 이어갈수 있는 관계. 언제 만나도 함께 있는것이 자연스럽고, 해도해도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는 그런 관계. 영원히 지속될것만 같은 관계. 유효기간이 없는 관계. 당연히 이 세상에는 이런 관계가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관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가 자연스레 이어져가야 하고 통하는게 있어야 하며 언제 만나도 그냥 허물없이 막 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10대, 20대를 함께 보내면서 만들었던 많은 추억도 사실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서 서로 돌보면서 함께 성장했다.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30대에서의 첫 만남도 설레였고 마치 어제로 돌아가서 시시콜콜한것들을 때로는 진담으로 때로는 농담으로 주고 받을수 있었던 것이였다.

그러니 관계에도 보이든 보이지 않든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으면 이런 이야기거리와 자연스러움은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그전에 우리가 30대에도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서 40대가 되어서도 지금처럼 똑같이 추억할수 있는것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젠 1년에 한번씩은 만나면 좋겠다. 이런 저런 피탈을 대가면서라도 만남을 성사시키면 좋겠다. 30대에서 함께 할수 있는 일을 계획하고, 할수 있는 얘기들을 더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10대, 20대에 많은 점을 함께 찍었듯이 30대에도 이런 보잘것 있는/없는 점들을 찍는것이 필요하다. 이또한 나중에는 다 연결되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수 있는건 오늘이라는 공간에 이런저런 많은 점들을 찍어서 흔적을 남기는 것뿐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점, 선에 관한 정의는 알 사람은 다 알겠지만,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그의 명언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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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범이

UX/UI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끼는 생각과 경험들을 글로 적습니다. 때로는 주제를 벗어나는 글을 쓰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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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올해 곧 서른을 맞이하게 되는 시점이라 글이 더 따뜻하게 와닿고 공감되네요~ 서른쯤은 참 아름다운 추억도 많고 또 희망을 가지고 새 삶을 꿈꾸는 시작인거 같습니다. 무수한 미래로 향하는 점들을 잘 하나씩 찍으면서 삼십대를 즐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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