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명절과 기념일을 우리는 거의 잊지 않는다. 이런 특별한 날들은 대부분 만들어진 배경이나 그 력사가 있다. 10월 1일은 새중국이 창건된 날인 "국경절", 9월 3일은 조선족자치주가 수립된 날인 "9.3절". 이런 명절들은 1년, 2년, 3년… 대대로 내려가면서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기때문에 보존되어 간다.
나와 나의 친구들에게도 우리만의 특별한 날이 있다. 우에 있는 큰 명절과 비교하지는 못하지만, 2013년부터 시작하여 소소하게 지금까지 해마다 견지해 온 기념일이 있다. 우리는 그걸 “온라인 영상 술자리”라고 부른다. 이 글의 사진과 "온라인 영상 술자리"라는 제목만으로도 어떤 행사인지 짐작이 간 사람도 있을것이다. 말 그대로, 다른 도시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어서 다 함께 모일수 없는 사람들이 온라인과 영상이라는 기술에 의하여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거기에 "술과 안주"까지 더하면 완벽한 술자리가 준비된다. 우리는 이 날을 한해의 끝자락인 12월 말의 어느 주말로 정했고, 곧 지나갈 한해를 돌아보면서 정리하자는데 의미를 두었다. 물론 다가올 내년에 대한 계획도 함께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올해에도 12월 말의 어느 한 주말인 2019.12.21일에 함께 만나기로 했다. 이번이 제7회인만큼 우리는 뭘 준비해야 하고, 어떻게 모여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더이상 "누구는 술이 없을가봐, 누구는 안주가 없을가봐, 누구는 인터넷이 없어서 오르지 못할가봐"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이번 스케줄을 맞추는데 있어서 그 어느때보다 더 쉽고 간결했다. 날자와 시간만 정하니 길을 잃지 않고 알아서들 잘 찾아와 주었다.
우리는 4개의 부동한 타임존에 있고, 이번엔 내가 새벽 5시를 가질 차례였다.
그럼 아래 2019년을 시작으로 해서 거꾸로 가는 영상 술자리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공개하려 한다.
우리가 명인도 아니고, 초상권을 아껴서 이제 어딘가에 크게 사용할것도 아니기에 모자이크 처리없이 공개하는데 모두 동의했다.
2019년 제7회 – 너무나 익숙한 환경?
오늘 개인적으로 느낀 생각이지만 7년차가 되니까 너무도 익숙한 장면과 상황때문에 오늘 모인 이 자리가 마치 어제와 같았다. 1년에 단 한번뿐이지만 그것도 쌓이니까 경험으로 남아서 익숙함이 되어 버렸다. 1년이 지나가고 있다는 기준도 우리한테는 이젠 이 술자리를 가졌냐, 가지지 않았느냐가 될 정도였다.
누군가가 "첫 출근길이 길게 느껴지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는 지루할정도로 오래 느껴진다"라고 했다. 왜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간다고 느껴지는가에 대한 연구에서 나왔던 자료인데, 반대로 말하면 자주 하는 경험이나, 익숙한 환경에 있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뜻이다. 년말이면 누구나 다 그러하겠지만, 우리도 또 한번 실감했다. "시간이 참 빨리 간다"를.
아마 우리는 새로운 시도나 만남이 필요한거 같다. 우리가 온라인 영상 술자리를 처음으로 만들면서 느꼈던 그 신선함을 재현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일, 새로운 곳, 새로운 무언가를 하면 예전에 가지지 못했던 감정과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뇌가 인식하면서 시간이 천천히 가는것 같은 느낌을 주기때문이다. 그리고 무언가 새로운걸 했다는 성취감으로 우리의 계속되는 생활에 동력과 활기를 불어 넣을것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오프라인에서의 이벤트를 조직하기로 했다. 동남아로 함께 떠나는 여행이든, 중국의 아직 그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의 여행이든. 내년만큼은 더이상 가상의 온라인이 아니라, 실제로 만나자고 말이다. 2020년에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2019년 영상 술자리 화면캡쳐
2018년 제6회 – 제일 풍성했던 한해?
맥주랑 안주가 꽉꽉 찼던 때. 아마 술을 제일 많이 마셨던 때. 유일하게 한명의 멤버가 빠졌을 때. 소리없이 사라졌을 때.
2018년 영상 술자리 화면캡쳐
2017년 제5회, 2016년 제4회
막 30대에 들어서던 때. 아직은 그래도 20대라고 하던 때. 아직은 젊다고 확신 하던 때. 하나 둘 결혼하고 애를 낳기 시작하던 때. 전통은 보존되어야 한다며 "온라인 영상 술자리"를 이어나가던 때.
2017, 2016년 영상 술자리 화면캡쳐
2015년 제3회, 2014년 제2회
4, 5년 전이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풋풋하던 때. 컴퓨터에 있는 스카이프로 연결하던 때. 위챗에 여러명의 영상통화 기능이 막 나오던 때. 대부분 거의 다 싱글이였을 때.
2015, 2014년 영상 술자리 화면캡쳐
2013년 제1회 – 기념일이 될지도 모르고 했던 시작.
유일하게 화면캡쳐를 가지고 있지 않은 기념일이다. 경험에서 배운다고 제2회부터 꼭 화면캡쳐, 혹은 화면을 리코딩 하리라고 마음먹은 계기이기도 하다. 솔직히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상황이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누군가가 엄청 취했었다는 기억만은… …
글을 마무리 하면서
각자 다른 도시에 있고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은 공짜기술로 하나로 연결되어 보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기에, "술"을 함께 마시는 경험을 느끼고 싶어했던 바램 때문에, 그 누구도 빠지지 않고 함께 한 자리에 모여보자라는 생각때문에 우리는 조금씩 발전하면서 제7회까지 오게 된거 같다. 그래서 1년에 한번씩은 연결되어 서로의 목소리, 표정, 동작, 술을 마시는 것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즐길수 있었던거 같다.
내년에 있을 오프라인 이벤트!
잊지 말고, 길을 잃지 말고, 모두 지도와 스케줄대로 잘 찾아 오길.
하하하핫 안주는 헤드레! 제가 정말 자주 하는 말이 인데요~ ㅋㅋㅋㅋㅋ진짜 재밋게 읽었고 우정도 유지하고 추억도 만드는 일석이조 아무쪼록 좋은 모임인거 같음다: 저런 경우가 많은 사람들 적지 않을거라 생각됩니다~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결국 안주는 小炒羊이랑, 干锅였답니다. 새벽 5시에. ㅋㅋ
이런 의식감 좋은거 같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