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심 운동은 일주일에 몇번 가시나요?
= 서너번 갑니다
– 보니 매번 30분은 늦게 들어오는 것 같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가요?
– 아니,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 싶어서 그래요
=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는건 없습니다
– 아니 그럼 본인이 잘못한게 없다고 생각하는건가요?
= 시간을 이렇게 엄격히 요구하실줄은 몰랐네요
– 내가 시간을 엄격히 재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5분, 10분이면 말을 안하지. 거의 매일 30분씩 더 쓰니 얘기하지 않을수 없어요.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수도 있고 따라하지 않지만 의견이 있을수도 있고 해서
= 매번 30분은 아닐거에요. 저도 매번 일찍 들어오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엄격히 요구하시면 지키겠습니다
– 이런 반응이 나올줄은 몰랐네요. 바로 미안하다고 할줄 알았어요. 당황하네요
얘기가 좀 길어졌고, 점심 시간을 더 사용하는만큼 퇴근을 늦게 하는 방법도 (내가 빌붙는다면) 고려는 해볼수 있다고 했다.
제도적으로 다른 동료들한테도 적용이 되는 방식인지를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개별적으로 상황을 봐가며 베푸는 '혜택'이란 뜻이다.
아까 다른 사람들이 따라하거나 의견이 있을가봐 걱정된다고 했고, 시간이 널널하면 운동하고 싶어하는 동료들도 있는데 나만 그러기도 미안해서 그냥 내가 운동방식을 바꾸고 시간을 지키겠다고 했다.
***
1년반동안 거의 매일 점심 하던 운동은 내게 출근의 동력이요, 일상의 에너지 원천이요, 삶의 락이였다.
인사팀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긴 하나, 인사팀 먼저 부서장이 손을 댄것이다. 물론 운동을 막으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터득하고 쌓아온 직장 생존법칙상 그대로 두는건 위험하다고 감지했을 것이다.
본인의 의도가 무엇이였든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운동 잘하고 있구나, 히히히, 내 손에 네 점심시간을 조정할 권력이 있지롱, 여기여기, 그래그래, 납작 엎드려봐
그리고 나는 소위 '배려'를 받고 통제도 받는 대신 자유를 택했다.
***
그런데 그날 저녁 잠이 오지 않았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지 않으면 난 이상한 모드로 바뀌어버린다.
과연 이튿날 엄마에게 모진 말을 하고, 남편을 괴롭혀서는 남편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운동시간을 어떻게 조정할지에만 집중하면 될 일을, 나는 다들 내게 요구가 너무 높다는둥, 왜 나만 만만하게 보냐는둥, 내게 짐을 너무 많이 지운다는 둥 종전의 다른 사건들에서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끌어모아서 부풀렸다.
그 감정과 반응들을 지금 해부하고 싶다.
1. 나는 왜 모욕감을 느꼈을가
점심 시간을 지키라고 얘기하는건 예상할 수 있었고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초기에 단체수업을 하다가 부서회의에서 점심시간을 지키라고 하길래 개인수업으로 바꿨으나 한시간은 운동하고 밥까지 먹기에 늘 부족했다.
그런데 정작 닥치니 화가 났고 모욕감을 느꼈다. 왜일가.
'나는 옳다'는 집념때문이였을가.
내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데, 아침과 저녁은 애를 챙겨야 해서 점심에 운동하는거고, 운동하면 개운해서 일도 더 잘할 수 있단말이야. 점심시간이 말이 한시간이지 사실 다들 조금씩 늦게 들어오잖아, 들어와서는 쪽짬을 자기도 하고 휴대폰을 보기도 하면서 사실 일은 안하잖아. 그 시간을 운동에 사용하면 안되는거야? 일은 안해도 되는데 자리는 지키라는거지? 진부해. 우린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할일 열심히 하거든. 낡아빠진 기준으로 보는거 구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나는 옳다'라는 판단과 감정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고코로야 진노스케의 ['착한 사람'을 그만두고 시원하게 사는 법]에서 선택의 기준에는 옳고 그름도 있지만, 잃음과 얻음, 좋음과 싫음도 있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기준으로 하는 사람들은 옳은 것에만 맞추려 하다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은 감정은 억누르고 타자의 속박을 받게 되므로, 주변에서 화내지 않을가, 비웃지 않을가에 집중하느라 진정한 자신을 죽여버리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생각할 수록 그걸 확인하고 싶어져서 주변을 옳지 않은 사람으로 보려 한다. 내가 옳을 수록 주변에 옳지 않은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니까, 그걸 응원하지 않는 니가 잘못된거야', 내 생각이 이랬을가. '그러면서도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걸 왜 몰라줘?' '와, 기가 막히네. 나처럼 옳은 짓만 하는 사람한테 왜 이래?'
쓰다 보니 소름 돋는다.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애 키우고 열심히 운동하고 열심히 책 읽고 있어. 어떻게 내가 잘못할 수 있지? 나를 잘못했다고 지적하는 니가 틀린거야'
그러니 모욕감이 들지.
내게 타이르고 싶다.
– 열심히 해도 되고 열심히 안해도 돼. 옳지 않지만 좋아하는 일이라면 해도 돼. 좋아하는 일을 많이 찾아서 해. 주변에서 잘못됐다고 말하면 그냥 잘못한 사람이 돼버려. 그래도 돼
2. 왜 내게만 높게 요구한다고 느끼는걸가
남편에게 질문을 던졌다.
왜 다들 내게 이러는걸가? 일을 열심히 하면 시간을 지키라 그러고, 엄마에게 문자를 하면 련락이 너무 드물다 그러고, 거의 혼자 애를 키우고 있는데 남편은 애한테 돈을 너무 많이 쓴다 그러고. 잘하는건 당연하고 오히려 흠집을 찾아 공격하지 못해 안달일가? 내가 잘못 살고 있는건가? 내가 만만한가?
하지만 몇분 후, 남편은 내가 중요한걸 잊고 있었음을 일깨워주었다: 내가 집안의 定海神针이다. 내가 흔들리면 바다가 뒤집히듯이 그들도 흔들린다.
짠돌이 남편은 돈문제가 거론되자 피 냄새를 맡은 상어처럼 흥분했다.
– 니 그래 생각해바라. 제 집에 살아두 되는데 꼭 거기 학교 보내서 비싼 집세 내구, 무슨 악기에 운동에, 운동 그거두 무슨 1:1 시키야? 그래구는 돈이 없다구 맨날 내보구 달라구. 니 선택했으므 니 책임져야지, 책임 못지겠으므 시키지 말든가
= 그거 다 우리 상의해서 같이 정한거 아닌가
– 니 언제 내 말 들었나. 난 다 반대했다.
= 내 머 책임지지 않은게 있나, 집안에 지출은 다 내 부담인데, 니야말로 애 키우는데 돈을 냈나 사람을 냈나. 잘 생각해바라, 내가 미쳐서 니 혼자 돈 벌어 애 키우는게 좋겠니, 날 잘해줘서 지금처럼 사는게 좋겠니
남편이 애랑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은건 받아들이기로 한 사실인데 또 튀여나오는걸 보니 여전히 원망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이다. 또한 낡은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돈과 교육에 있어서 서로 용납할 수 없는 가치관을 지녔다. 부딪치고 고민하고 화해하면서 어느정도 접점을 찾아 그나마 긴 휴전기간을 보냈는데 그만 잠간 업그레이 전 시스템으로 돌아가서 터져버린 것이다.
= 나는 니가 뭘 잘못했다는게 아니라 내가 어디 잘못됐는지 찾는 중이라고
– 말하는건 다른 사람의 선택이고, 그 말을 들을지 말지는 니 선택이지
= 그러네 (니가 뭐라고 하든 내가 원하는대로 하면 되는거네)
'아, 그렇습니까. 그건 니 생각이고'를 잠간 잊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사랑스런 사람이야.
['착한 사람'을 그만두고 시원하게 사는 법]에서 작가는 좋은 사람보다는 존재급이 높은 사람이 되라고 한다. 존재급이라 함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보유하는 가치를 말한다.
존재급이 높은 사람은 '난 받아도 돼', '난 누구에게 도움이 되든 안되든 부유하게 사는게 당연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 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미 충분하니, 원하는 대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한다. 그러면 당연히 주변 탓도 안하게 된다.
난 잘하고 있었어. 남편이 뭐라든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고 있어. 누구든 내게 불만한다면 그건 니 생각이고. 난 상관 없어.
3. 왜 난 사로잡히는걸가
잠이 들지 못한건 문제에 빨려들어 헤여나오지 못해서다.
불쾌한 대화를 곱씹어 떠올리고 기억속 유사한 말들을 끄집어내고 비슷한 불쾌한 감정까지 불러낸다. 머리가 빠개질듯하고 눈이 점점 말똥말똥해진다.
화가 가라앉지 않는다.
성격은 나의 반응방식이라고 했다. 내 몸안에 늦게까지 과도하게 반응하도록 반응패턴이 설정된 것이다.
['착한 사람'을 그만두고 시원하게 사는 법]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괜히 싫은 사람들도 만나게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고민이 된다면 고민의 원인은 '그것을 문제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있다고 한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건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문제라고 느끼는 문제'로 전환된다.
'별거 아니야', '이건 문제도 아니야', '이건 쉬워'. 되뇌인다.
내가 문제로 여기지 않으면 내겐 문제가 안된다. 별거 없다.
운동시간을 바꾸면 되지, 뭔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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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운동을 개인코칭으로 바꾼것도 시간을 지키라는 요구가 있어서였다. 개인코칭을 받으면서 근력운동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체험했고 즐거웠다.
이번에는 운동시간을 바꾸고 점심에 아마 식사약속을 잡을 것이다. 아마도 점심시간이 똑같이 빠듯한 동료들과 가까운 건물에 일하는 친구들을 만나겠지. 그들의 삶을 엿보면서 역시 새로운 세상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기대된다.
문제될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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いい人をやめてスッキリする話 心屋仁之助

온갖 부정적인 감정, 피해의식, 원망 이런 감정들이 나를 휩쌀 때, 그걸 현명하게 바로바로 떨쳐내면 좋으련만 자꾸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부풀릴 수 있을 만큼 부풀려서는 내 탓은 아니야를 시전하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하나하나 분석해서 일일이 적고나면 많은 것들이정리가 되죠. 오늘 저녁 근력운동을 하고 흠씬 땀흘리고 나면 좋아질 거예요 우리 화이팅 합시다!
운동하고나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언젠가, 분석하고 적지 않고, 그냥 묵살하고 지나갈 수 있는 몸과 정신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아.. 너무 잘 읽었음다. 문장속에서 나를 보는거 같았던 부분도 몇개 있네요 ㅋㅋㅋ 착한 사람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자기를 젤 잘 돌보는 사람인데, 우린 자꾸 반대로 이해하는 거 같기도 합니다만, 문제될 건 없짐요 ㅋㅋㅋ 인정하면.
씁쓸하네요, 문제될건 없지요 하는 말이… 착한아이콤플렉스 떼는게 만만치 않습니다.
맞아요, 다 그렇쵸..착한 사람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습니다만 ㅋㅋㅋ 좀 이기적이게, 자기가 우선순위게 사는거가 사실 이타적일수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