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

자전거 려행, 나에겐 어떤 의미일까? 자전거 려행이란 나에게 삶의 무의미함을 알려줬고 또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 존재다. 무의미와 의미, 상반된 뜻이기는 하지만 둘을 동시에 나에게 알려줬다.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을 보는 아주 독특한 진화론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옮겨 보자면, 진화는 생물체 개체나 무리를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부동한 유전자를 진화의 단위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수많은 유전자가 련합하여 만들어진 그리고 인간을 만든 이 유전자들이 대를 이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매개(媒介)체라는 것이다. 뭐 비유를 해보자면 사람은 USB이고 유전자는 그 속에 담긴 데이터라 하겠다. USB는 다음 세대 USB에게 데이터를 전해주고 수명을 다해 먼지로 돌아간다. 결국 대를 이어 전해지는 것은 데이터고 USB는 데이터를 전해주는 도구일 뿐이다.

생물학 문외한인 나에겐 신선한 관점이다. 즉 인간의 먹고 자고 싸고 교접을 통해 번식하려는 이러저러한 욕망들, 그리고 이러한 욕망과 관련된 인간의 모든 활동은 몸속 유전자가 널리 퍼지는데 유리하기 때문이고 인간은 그러한 욕망을 좇아가는 것으로 진화론적 도구로서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유전자의 “조종”하에 이루어지는 일상의 모든 것들은 결국 몸속에 있는 령혼 혹은 의식이라 일컫는 “나”가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몸속의 이 “나”는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리처드 도킨스는 생물학적 리론을 펼쳤을 뿐 이 철학적인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답을 찾고 싶은 것이다. USB가 아닌 “나”의 의미.

2016년 봄학기 학생들과 함께

2014년 대학을 졸업하고 운남으로의 교육지원(支教)을 결심하게 되었다. 약 한 달간 자전거를 타고 북경에서 운남까지 갔다. 어찌 보면 나의 졸업려행인 셈이다. 순탄한 시간도 있었고 많은 어려움과 고통 그리고 위험한 순간도 겪었다. 혼자이다 보니 자신과의 대화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삶은 참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운남을 가는 나, 어떤 시각에서 보면 그저 60키로의 유기물과 20키로의 금속이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이지 그 자체로서는 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래서 삶의 무의미함을 일깨워 준 자전거 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인간 몸뚱아리 속의 “나”는 항상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기가 하는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서 애를 키우는 것, 리차드 도킨스의 관점에서 보면 그저 두 생물체 개체가 짝을 지어 번식하는데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거기에 이러저러한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내가 봤을 때, 이러저러한 의미가 있어서 이러저러한 일을 한 것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일을 하려고 이러저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의미가 없다면 “나”는 이러저러한 일을 할 동력을 잃게 되니까.

나도 내 삶과 내가 하는 일에 나름의 의미를 새겨 넣고 싶다, 그 의미가 어쩌면 허상일지라도.

그래서 나도 “나”의 삶에 의미를 부쳐보았다. “나”의 삶은 내가 경험한 모든 것의 총합이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즉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그 자체로서 “나”에게 의미를 가지고 “나”의 삶은 그 경험들 자체라는 것. 그리고 그 경험들 하나하나의 의미가 “나”의 의미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뭐 의미 없는 의미라 하겠다.

자전거 려행이 나에 대한 의미를 말하려다 너무 멀리 나갔다. 뭐 요점을 다시 정리하자면 자전거 려행이 나에게 가져다준 힘겨움, 고통, 위험과 목적지 도착 후의 후련함과 성취감 등등 이러한 모든 느낌과 감정들 자체로서 “나”의 삶에 의미를 더한다.

프롤로그2

추억을 간직하고 산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난 잘 모르고 살았다. 그래서 여태껏 쓰다가 버린 핸드폰, 그리고 여기저기 클라우드에 저장했던 사진을 잃었어도 너무 크게 마음 아픈 줄 모르고 살았다.

지금 이 시각, 추억도 되살리고 려행기도 쓸 겸 해서 사진도 찾아보고 호텔 예약기록도 찾아보고, 또 그리고 려행 다니며 모멘트에 올렸던 사진과 글도 뒤져 보았다. 건진 건 오로지 모멘트에 올린 2017년 자전거 려행 당시 사진 몇 장 뿐이다.

려행 끝나면 남는 건 사진뿐이라 했던가. 뭇 어른들의 말에 콧방귀 뀌던 생각이 난다. 장거리 려행만 합쳐도 7500키로는 넘는데 이제 남은 거라고는 사진 몇장 뿐. 려행 끝나면 사진뿐은 아니지만 사진이라는 방식으로 순간순간을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일단 제일 최근에 밟아봤던 2017년 중경을 떠나 북경을 거쳐 장춘, 그리고 종착역으로 연길로 이어진 한 여름의 자전거 려행을 되새겨 보자. 그나마 위챗 모멘트에 조금이나마 기록이 남아있는 려행이다. 평범하지 만은 않은 추억들이 내 기억 속에서조차도 사라진다면 영영 잊혀진 것이고 존재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잊혀진 옛 추억은 잊은 이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흐릿해져 가는 기억과 사진 몇 장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며 지나온 인생에서의 마지막 자전거 려행을 줄거리 삼아 늦게나마 글로 옮겨보고자 한다.

To be continued.

이 글을 공유하기:

무란

하고싶은 대로 하다가 다행히 살고싶은 대로 살게된 인간입니다.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46
응원합니다

댓글 남기기

  1. 자전거를 탄다는 건
    내 두 발이 페달을 밟아
    온몸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일,

    해빛과 바람을 가르는 일,
    내 안의 번뇌와 고민따위가 밀려나가
    마침내 조금씩 옅어지고
    그 자리에 샘물처럼 차오르는
    충일을 느끼는 일,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는
    ” 나 ” 를 온몸으로 느끼는 일.
    [愉快][愉快][愉快]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