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다. 기원전 최소 2천 년대부터 사람이 계속 살아온 기록이 남아 있고, 히타이트, 아시리아 , 그리스-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이슬람 제국까지 수많은 문명이 이 도시를 거쳐 갔다. 실크로드의 요지였던 알레포는 오랫동안 동서 세계가 만나는 시장이자, 사람, 언어, 종교, 상품이 섞이는 살아 있는 교차로였다.
그리고 이 유구한 도시 알레포 한가운데, 성채(Aleppo Citadel)는 오늘도 조용히 서 있다. 4,000년 동안, 도시가 바뀌고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돌아와도, 이 언덕만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기원전 3천 년, 이곳엔 폭풍의 신 하다드를 위한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 후로 수많은 제국이 이 언덕을 차지했고, 로마인, 비잔틴인, 그리고 아이유브 왕조를 거치며 지금의 성채가 되었다. 2024년 11월 29일, 알레포는 내전의 마지막 국면에서 처음으로 해방된 주요 도시가 되었다. 그날 이후, 이 성채는 또 한 번 도시의 상징이 되었다.
또한 성채는 동시에 전쟁의 중심이기도 했다. 내전 동안 이곳은 군사기지로 사용되었고, 성채에서 발사된 포탄은 도시의 오래된 동네들을 향했다. 성채 아래로 내려오면, 폭격으로 크게 손상된 바자르가 이어진다. 무너진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아직도 올리브 오일 비누를 손으로 만드는 공장들이 남아 있다. 사람들은 조용히,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비누를 만들고 있었다. 알레포 비누의 재료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올리브유, 월계수유, 물, 그리고 소다회 (알칼리) – 이 네 가지가 전부다. 큰솥에서 오일과 소다회를 천천히 끓인뒤, 완성된 비누 반죽을 바닥에 넓게 붓고 식힌다. 굳은 비누는 일정한 크기로 절단된다. 모든 과정은 여전히 오래된 공방 방식 그대로다. 잘린 비누는 공기가 잘 통하는 공간에 탑처럼 쌓여 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자연 건조/숙성된다. 우리가 방문한 공장의 주인이 말하길 비누는 8-10년까지도 건조/숙성시키며, 피부에 가장 부드럽고 향과 질감의 균형이 좋은 시점은 2-3년 건조/숙성이라고 말했다. 월계수유는 더 귀한 재료로 여겨져, 함량이 높을수록 비누의 등급과 가격이 함께 올라간다. 공장 안에는 이렇게 완성된 비누가 벽돌벽처럼 쌓여 있었고 비누를 가득 담은 상자는 중동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지로, 지금도 쉼 없이 세계 곳곳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도시는 변했지만, 알레포의 비누는 여전히 세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알레포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 바론 호텔도 찾았다. 이 호텔은 지금 문을 닫은 상태다. 오랜 내전과 2023년 대지진 이후,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1911년, 아르메니아인 마즈루미안 (Mazloumian)가문이 세운 이 호텔은 한때 중동에서 가장 국제적인 호텔이었다. 오스만 제국 말기와 프랑스 위임통치 시기를 거치며, 외교관과 군인, 작가와 여행자들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돈을 내지 않고 묵은 일화가 유명하다) 이곳에 머물렀다. 이 호텔은 그야말로 20세기 중동사의 중요한 장면들을 목격한 공간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시점의 바론 호텔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아르메니아 주인도 이제 고령이 되어 이 호텔은 그의 세대에서 마지막으로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 조용함이, 이 도시가 겪은 시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알레포의 신앙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도시에만 약 40여개의 교회, 11개의 기독교 교파가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찾은 곳은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아르메니아 사도교회의 **‘40 순교자 교회’**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는 없었다. 이 일대에는 교회가 워낙 많고, 골목마다 종탑이 이어지다 보니 우리는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어, 조금 돌아서야 했다. 가는 길에, 시리악 (Syriac) 가톨릭 대성당에서 주일 미사에 잠시 함께했다. 기도 소리가 울리는 성당 안에서는, 밖에서 들리던 공사 소리와 차 소음이 잠시 멀어졌다.
이 도시는 많이 부서졌지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이어가고 있었다.그 다양한 삶들이 함께, 알레포를 아직 살아 있게 만들고 있었다.
Aleppo, Syria –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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