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메로나
돌틈 사이에 야생 장미가 망울을 내밀었다
동네서 만난 유일한 장미라
지나칠 때마다 쳐다보곤 했다
매일 새로운 이름으로도 불러봤다
'장미꽃'
'바보꽃'
'야생화'
'똥돼지'
'멍충이'
'굼벵이'
…
다양한 못난 이름으로 불러줬는데도
오늘 아침 만난 그 '꽃' 은 드디어
한 송이의 '장미'로 활짝 폈다
바보소리
비웃는 소리
욕하는 소리
…
그 모든 소리들을
못 들은 걸까?
안 들은 걸까?
장미는 화려하고 예뻤고
향기로웠다
나는?
사람들이 다양한 못난 이름으로
나를 불러줄 때,
흔들림없이
내 속의 '장미'를 꽃피울 수 있을까?
내 안의 '향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그 모든 이름들에 흔들리겠지?
아마도?!
귀엽고 따사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