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47세 , 많은 것들이 기억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네댓 살, 심지어 더 어릴적 기억이 여전히 생생히 남아있다는 것이다. 

사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가끔 떠오른다. 추운 겨울 두꺼운 외투로 나를 폭 감싸 안고 나가면 얼어죽는다고 달래던 할아버지의 목소리, 산에서 따온 개암을 넙적한 돌에 얹어 놓고 다른 돌덩이로 탁 하고 내리쳐서는 그 속에 하얀 알맹이를 발라내주시던 할아버지의 투박한 손, 엄마한테 야단 맞고 가출하여 옆집 동갑내기 남사친과 새 살림 차렸던 마당 한 구석의 자전거 창고, 마을에서 소 잡던 날 장정들에게 둘러싸인 황소의 겁에 질린 눈, 그리고 기다란 속눈썹 밑으로 또르르 굴러떨어지던 눈물.

그 외에도 어린 시절 기억이 꽤  많지만 나의 가장 어렸을적 기억은 두 살때, 아빠와 사진 찍었던 날의 기억이다. 엄마는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며 못 믿으시지만 나는 분명히 기억한다. 살짝 차가운 공기가 맨살에 닿았을 때의 느낌, 입고 있었던 옷의 연노랑 도트 무늬, 그리고 자주 빨아서 약간 보풀진 까끌한 천의 촉감,  옷이 가랭이에 끼여 불편했던 느낌까지…

그날 찍은 사진은 내가 아빠와 찍은 몇 안되는 사진 중의 하나다. 어렸을 때 아빠가 언니를 편애한다고 원망 많이 했고 엄하고 직설적인 아빠가 싫기도 했지만,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애착이니 감정코칭이니 들어본 적도 없는 그 시절에 부모 노릇은 더 막연했으리라.

다시 사진을 꺼내어 보니 아빠는 참 젊었고 세상은 참 많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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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글쓰기 연습하는 두 아이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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