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에 졸업 후 첫 직장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10년전에 이미 했어야 될 고민들이다.
상황은 녹록치 않다.
성과와 이력, 경력과 능력
그것은 취업 시장의 수요에 부합할 때에만 가치를 지닌다.
여태껏 별로 실효성이 없는 일들만 해온 나로서는
취업의 길이 까마득하다.
이러한 곤경 속에서
사회의 불의에 굴하지 않겠다는 최후의 존엄성을 간신히 지킬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께서 제공해준 온실과 배려 덕분이다.
그렇게 나의 존엄은 부모님 등짝을 의존하여 기생하면서도 마치 '고상하게' 지켜내는 듯이 보였다.
상황이 이지경까지 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토록 아이러니컬한 상황을 조성한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근래 '취업난'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에 잇따를 난관들을 회피하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매우 관념론적인 분석이 시작된다.
1. 나는 나를 위해서 사는가 부모님을 위해서 사는가?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자식한테 무한한 사랑과 관용을 베풀어주신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주신 은혜를 부모님을 위한 삶으로 보답하기 위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아 성립의 과정에서 가장 큰 비극은 부모님의 사랑을 보답하기 위해 자신의 인생 권리마저 양도하는 것이다. (취업, 혼인, 아이 문제) 이것이 내가 가족의 도움에 날을 세우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다.
2. 부모님께서 원하는 것이 과연 부모님을 위한것인가?
그런것 같아 보인다. 보통 부모님께서는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된 행복한 삶의 양태를 지향한다. 그것은 부모님 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회인이 추구하는 삶이다. 자식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맘편히 사는 것을 바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부모님께서 원하는 "자식이 행복"이 결국 부모님을 위한 것이 된다.
그렇다면 만일 부모님께서 원하는 "자식의 행복한 삶"이 정작 자식에게는 전혀 행복하지 않은 삶이면 어떡할까? 세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3. 나에대해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과연 내가 원하는 것인가?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되는 경우는 보통 그 순서가 반대로 되었을 때 성립된다.
그말은 즉슨 아무리 애초에 부모님과 자식의 원하는 것이 똑같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의 인생에 대해 누가 결정권을 가지는지에 따라 그 결정을 받아들이는 자로부터 긍정되기도 부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나에대해 부모님이 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되려면은, 일단 내가 그 결정의 전폭적인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그 신념이 확고할 때 모순은 쉬이 풀리며, 되려 부모님께서 자식이 원하는 것이 본인이 원했던 것임을 깨닫게 된다.
4.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면 상황은 나아질 것인가?
자식의 (자아의 성장에 있어서는)당연한 것이다.
보통 부모님들은 자식한테 더 많이 해줄 수 없다고 미안해한다. 그리고 자식이 곤경에 처해 있을 때 최대한 도와주려고 한다. 자식은 그 덕에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러한 도움을 의식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도움은 성인을 유년기 울타리에 가두어 놓는, 자식의 사회적 독립 능력의 향상을 저지하는 유효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가까운 사람의 도움이 당연시되면, 우리는 그 사람이 나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 것이며, 도와주는 자가 더 이상 손길을 내어주지 못할 때 고마움은 커녕 원망이 앞서게 될 터이니까. 나도 인간이기에 부모님이 지어준 울타리에서 이렇지 않을 자신이 없다.
따라서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다.
따라서 부모님을 효도한답시고 부모님의 의견에 자신의 인생 단계를 내맏기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것도 부모님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도리를 궂이, 궂이, 이토록 섬세하고 장황하게 작성한 이유는, 여전히 부모님과의 소통, 그 소통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해결책은 무엇인가?
다시, 주변의 호의를 감사하게 여기되 그 어떤 흔들림도 없이 나의 속도와 신조에 맞춰 나의 인생 단계를 걸어가기. 그리고 책임지기.
취직과정이 참 애나지에… 실제 취직되면 또 별게 아닌데…
취직 여부를 떠나 가장 두려운건 자기가 하고싶은 것이 먼지 모른채 떠밀려서 급하게 정착해버리는 상황인 것 같슴다. 그램 취직후 내내 투덜거리고 서로 원망하겠지무.. 그거 안할려고 애를 쓰고 있슴다 ㅎㅎ
사람들이 남한테 떠밀려 사는건 자꾸 뭘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아닐까요?
맞슴다. 루저가 아님을 증명해야지무 항상..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 아니니, 일단 아무거나 먼저 하나 잡고, 해보면서 다시 질문해 봅시다. 화이팅
그럴까 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