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뚫린 혈액투석관

발톱부터 썩어들엇다

안 아픔가

일없다

얼매 아프갰슴가

아프무 아프다구 말하쇼

참지 마쇼

괜찬타

안 아프다

우리 아버지

참 안스럽기만 하네

재작년 이맘때

눈물 한방울 없이

집에서 가신 아버지

왜 그리 아픔도 없는지

왜 그리 눈물도 없는지

류별난 나그네

고지식한 당신

당뇨로 인한 뇨독증

9년간의 혈액투석

기계의 힘을 빌어

오줌을 돌려야만 했다

발가락이 썩으면서부턴

식사도 아예 버거웠다

눈물은 삼켜먹을수록

슬픔으로만 빚어지려 하네

먹장구름이 울컥할 무렵

소나기가 무너져 내린다

빗물에 흠뻑 젖어

우두커니 울고있는

처량했던 허덕간 자물쇠

그 한줌의 낡아빠진 

추억의 창고 열쇠는

언제 어디에다 분실했는지 

찾을려고도 안햇거니와

안보인지도 옛날이다

날이 섰던 톱날은 

녹이 언녕 쓸었을거고

까칠했던 톱자루도

곰팡이가 분명 폈을거다

내 기억속 구석진 자리에

내 마음속 깊숙한 바닥에

고지식한 긴손잡이 톱은 

아직도 쓰러지지 않고

벽에 꿋꿋이 기대어 

보란듯 잘 세워져 있을가

침묵이 금이 되듯

무소식이 희소식이길

넘기기 어려웟던 아홉고개

법이란 워낙 그런 법이였다

자연의 섭리에 관하여

그 어떤 의심도 용납이 안되듯

죽음은 반드시 

절대적이여야만 했다

재작년 그러께

저주받은 아홉고개에

나는 그렇게 힘들게

아버지를 잃고야 말았다

애비를 잃은 자식이다

애비가 없는 자식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직도

꿈에 생생하게 나오는걸 봐선

후유증이 생각보다 

꽤나 심한 모양이다

아버지의 낡은 톱도

꿈에 불쑥 튀여나왔다

그 생뚱맞은 이유는 

어디가서 따로

추적할 길이 없을것이다

내 기억속 하얀 휴지통

삭제됐던 색바랜 필림들

하나하나 불을 비춰

환원을 시켜본다

세월을 휘감아놓고

동년시절로 거슬러 올렸다

아버지 몰래 가망가망

허덕간에 기어들어

톱장난을 하다가

톱날을 부러뜨렸네

퇴근하고 돌아온

우리 아버지 

귀맛좋게 허허 웃으며

날 칭찬하네

그 녀석 누굴 닮았는지

기운도 참 좋다야

커서 큰일으 하겠다

그 녀석은 하필이면

누굴 닮지도 않았고

기운도 좋지 아니했고

커서 큰일도 못했다

늦가을 락엽마냥

우수수 흩날리는 마음

평범하기만 했던 아버지

가난하기만 했던 아버지 

때론 톱날처럼 

까칠할때도 있었겠지만

가끔 톱자루처럼 

무뚝뚝할때도 많았겠지만

꿈속에서나 간신히 떠오르는

고향의 녹쓸어버린 톱

고향이 문득 그리워지는 

타향의 평범한 어느날

천국에 가신 아버지가 

무척 그리워지는

내 인생의 평범한 어느날

세월도 유전이 되네

내 나이가 불혹이 되였으니

지금의 내 나이를 먹은

젊은 시절 아버지가 쓰던 톱

그 무자비한 불혹의 톱으로

야금야금 썩어들어만 갔던

늙은 아버지의 발가락을

함부로 잘라내듯

아버지 살아 생전

말못했던 고통들을 

대신 잘라주고만 싶어지네

불효자는 오늘도 

값없는 글 한편

가슴아프게 톱으로 켜서

거덜거덜해진 한편의 그리움을

애써 잘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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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수(朴文寿)

고향의 봄이 그리운 타향살이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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