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주의보
일기예보에서
내일 새벽 모든 길이 사라진다
아직 눈은 오지 않았는데
벌써 귀가 멀어간다
세상이 하얗게 닫힐때
모든 길은 스스로를 거둔다
가지 말아야 할 곳들이
가야 할 곳보다 먼저 빛난다
눈 위에 서서
묻지 않는다
길인지 아닌지
소리가 파묻힌 자리
귀는 더 깊은 곳을 듣는다
덮을수록 드러나는 것들
숨 쉴 때마다
세상은 한 겹씩 벗겨진다
발자국을 멈출 때
길이 스스로 펼쳐진다
눈은 길을 거두지 않는다
다만 가지 말아야 할 곳을 가리킬 뿐
눈이 가장 세차게 쏟아질 때
나는 나를 지나친다
그곳에 내가 서있엇다
눈이 내린다
내 어깨 위에
머리 위에
눈꺼풀 위에
눈을 감는다
내 안에서도 눈이 내린다
모든 간판이 지워지고
모든 신호등이 꺼진 뒤
여기는 더 이상 도시가 아니다
나는 멈춘다
더는 갈 곳이 없다
폭설은 지나갓다
눈은 남아
흐르지 않았다
발아래
시간이 쌓엿다
일기예보에서
오늘 새벽 폭설이 내렸다
내가 멈춰선 자리에서
내가 길이 되였다
내가 걸었던 곳마다
내가 쌓여 있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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