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
세상의 무게를
검은 추가 들어올린다
눈금을 따라 살아간다는 것은
균형봉을 손에 들고
허공 위를 걷는 일
한 치의 흔들림이
낭떠러지가 되는 외줄타기
이쪽 끝도 저쪽 끝도 아닌
축의 어딘가에서
시간을 견디는 일
빛과 그림자를
두 쟁반에 올리고
하루의 무게를 뜬다
녹슨 갈고리에
별 하나 걸렸고
쇳덩이 속에
달이 피여난다
밤하늘 벽에
둥근 거울을 달앗다
빈 접시에
허상을 올리고
흔들림이 없는 곳에
시간이 멈춘다
지난 날과 오지 않은 날이
내 안에서 균형을 잡는다
흘러간 어제는
달로 굳어
그리움을 품고
고단한 내일은
쟁반에 실려
허공에 걸리는데
시간의 천평은
오늘 어디쯤 기울어야 하는가
고리를 당겨
지렛대를 쥔다
분동이 멈춘 자리
바람이 스친다
무게도 눈금도
바람속에 흩어질 때
눈동자가 달 속에 흔들린다
흔들릴 수록
맑게 가라앉는 것들
내 안에 맺히는 이슬
저울이 사라지고
내가 거울속에 스며든다
쟁반에 달을 올리고
거울속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저울이 무게를 달면
거울은 빛을 잰다
그림자가 빛을 들어올리고
빛이 그림자를 비춘다
세상의 무게를
검은 추가 들어올린다
검은 추가 들어올린 것은
무게가 아니라 시간이였다
이제 나는
저울 없는 곳에서
별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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