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작가평
-인간 김현철의 온도를 말한다

 올 한해, 수많은 부모와 자식들을 울린 <엄마의 온돌>저자 김현철과는 알고 지낸지 10여년 정도 되는 사이다.

처음 김현철의 이름을 접한건 대학교 4학년즈음의 일이였다. 절친의 입을 통해 그의 중학시절 에피소드들을 몇개 들었는데 구체적인 내용들은 파편으로 남아있고 전체적인 인상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내가 들은바에 의하면 그의 형상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이였다. 정의롭고, 뜨겁고, 동년배이지만 저절로 존경심이 가는, 차마 가까이 다가갈수 없는 가장 이상적인 인간상. 솔직히 처음엔 속으로 내 친구가 콩깍지가 씌여도 제대로 씌였나보다 하고 흘려 들었었다.

그러다 둘은 꽤 깊은 사이로 발전하게 됐고 대학교를 졸업할 무렵 연길에 온 그를 만나보게 되였다. 내 친구 눈에 씌인 콩깍지가 그렇게 두껍지 않았음을 깨닫는데는 별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를 형용했던 단어들중 과장이 되여있는 부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리고 그 순간 생각이 났다. 내 친구가 현철이에 대해 했던 얘기중에 유일하게 빠진 부분이라면 외모였다는 걸. 그러니까 내 친구 눈에 비친 현철이는 외모빼곤 완벽한 모습이였다. 

현철이를 처음 만난건 또 다른 친구네 집에서 모임이 있던 날이였다. 졸업 자축 겸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게 되였고 그날 현철이도 함께 했다. 편안한 인상에 동년배라 말도 잘 통해서 연거푸 건배제의가 있었고. 준비해둔 맥주는 얼마 못 벋티고 동이 나버렸다. 집주인 친구네 아빠가 애주가였던지라 그 집엔 온갖 주종들이 즐비하게 진렬돼 있었다. 우리가 마시던 맥주가 동이 나자 하나둘 다른 주종이 내려오기 시작했고 급기야 친구는 아빠가 아끼던 모태주까지 따버렸다. 완벽에 가까웠던 량수 촌애–현철이는 처음 마셔보는 고급술에 그대로 꽐라가 돼버리고 말았단다. (여기에 간접인용을 쓴건 나는 이미 두번째 주종의 술을 맛보다 먼저 장렬히 전사했기때문이다.)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한 그날의 파티는 수많은 뒷이야기를 낳았고, 만취된 여자친구를 등에 업고 역시 만취한 현철이가 거의 기다시피 해서 집에 돌아갔다는 미담만 술내음을 통해 전해질뿐이였다.

대개 한사람을 오래 만나다보면 권태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시기가 온다. 매 사람마다 상대방을 질리게 하는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10여년동안 알고 지내오면서 현철이에 대한 인상은 거의 첫인상과 일치했다. 굳이 질리는 지점을 찾으라 한다면 그 일관됨일 것이다. 또 바르고 정직한 사람들은 대개 재미없기 십상이다. 교과서적인 언행만 행하는 사람들은 딱딱하고 꽉 막힌 느낌을 줄때가 많으니까. 하지만 현철이는 바르고 정직하면서 재미와 위트도 장착한 사람이다. 현철이와의 만남에 술이 빠졌던적이 없을정도였지만 맨정신엔 맨정신대로, 취중엔 취한채로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였다. 이정도로 말하고 보니 인간이 맞나 싶긴 하다. 하지만 이게 조금의 과장도 없는 사실임을 어쩌겠는가.  

소박한 외모 빼면 완벽에 가까운 현철이는 일생일대의 결혼식날 소소한 허당미를 뽐내기도 했다. 신부를 데리러 신랑쪽 행열이 도착하고 신랑을 신부방에 안 들여보내려고 신부의 친구들인 우리가 신부대기실 문을 막아나섰다.

신랑측 친구들과 신부측 친구들 사이의 밀당전쟁이 발발했다. 몇장의 봉투로도 도저히 틈을 보이지 않는 신부친구들 벽을 뚫고자 신랑친구중의 누군가가 머리를 썼다.

 “거 방안에 신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못하고 어떻게 봉투를 건넵니까? 문 조금만 열고 확인이라도 합시다.”

어디서 얕은 수를 써욧! 하려는 찰나, 세상 가장 듬직한 신랑—현철이가 나섰다.

“내가 다 봤다. 신부 안에 있다.”

그 뒤로 나는 웃느라 문 막기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신부쪽 친구들이 이때다 싶어

“신랑이 다 봤다는데 뭘 확인해요. 안됩니다!”

라고 하자 그쪽에서도 진땀을 흘렸다.

“아니, 잘못 봤을수도 있잖습니까. 한번만 다시 확인할께요.”

조금 덜 듬직해진 신랑–현철이가 또 나섰다.

“안에 있다. 내가 정말 봤다.”

이쯤되니 x맨이 따로 없었다. 밀당이 지루해져 대충 명분이 생기면 양보를 하려던 타이밍이였다. 참다 못한 친구들이

“야! 너는 어느 쪽이니?”

 하고 신랑을 나무랐고 한껏 억울해진 현철이는

 “진짜 봤단데…”

라며 영구미를 뽐냈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보다 훨씬 덜 듬직해진 신랑한테 우리의 친구를 시집 보냈다.

결혼식 축사에서 현철이의 지도교수님이신 오상순 교수님이 “우리 학과에 예쁜 여학생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현철이가 연애를 하는 기미가 하도 없길래 은근히 걱정을 했는데 어느날 신부를 소개시키더군요. 단번에 왜 현철이가 그동안 연애를 안했는지 납득이 갔어요.”라고 하셨다. 내 친구는 현철이의 그런 허당끼를 전에도 알고 있었을까? 결혼식 당일날 알게 됐을까? 한번 물어봐야겠다.  

현철이와 같은 시골출신이여서 하는 얘기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는 종종 시골사람과 도시사람들의 온도차이에 대해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다. 시골사람들은 말그대로 촌스러운 순박함으로, 도시인들은 세련됨과 계산적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이 될 때가 많다. 이제 15년 가까이 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현철이는 꾸준히 온돌의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적당히 촌스러운 모습으로 꺼지지 않는 밑불을 간직한, 한순간도 뜨겁지 않은 온도를 가진적이 없는 사람이다. ‘요즘’ 청년 답지 않은 효자고 듬직한 가장이고 친구이면서도 늘 자신은 부족한게 많다 여기는 낮은 자세를 지닌 사람, 그래서 누구나 현철이의 따뜻한 시선을 통과하고나면 훌륭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성선설을 믿게 된다면 현철이의 영향이 반할 이상이 된다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매사에 최선을 다해 자기가 믿는 바의 정의로움을 행하는자, 말이 아닌 행동으로 그 진정성을 전달하는 자,가끔씩 풍기는 허당끼와 꾸준한 촌스러움마저 인간적인 현철이가 내 친구의 남편이라 참 다행이다.

그리고 그 온도로 써내려갈 현철이의 글들이 더 기대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9.12.20

                                                                                                  상해에서 꽃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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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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