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두 언
사진 : 장백폭포(한국에서는 '비룡폭포'라고도 함)
중국조선족은 누구인가? 중국인? 조선(한)인? 단군의 후손인데 중국의 '염황(염제와 황제)'을 먼저 배우게 되고, 단군신화는 고중(한국의 고등학교)에 가서야 역사교과서가 아닌 <조선어문> 교과서에 등장한다.
그 시절 중국조선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을 때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대학진학 등 인생목표에 대한 고민도 많을 때이기도 하다.
고중을 다닐때 어문시간(한국의 국어수업)에 배웠던 중국조선족 시인 박화 선생님의 시가 생각난다. 어문선생님(한국의 국어선생님)이 이 시를 가르치면서 '우리 중국조선족은 삼각의 한 점에 서있는 자주적인 존재이다'고 하셨던 말씀이 새삼 떠오른다.
이렇게 아이러니 하게도 민족역사가 아닌 한 문학작품을 통하여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잠재우고 확고한 신념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박화 선생님의 시로 권두언을 갈음한다.
이 나라 이 땅에서
박 화
본 명 : 박동무
필 명 : 박화, 화설, 일화, 일심 등
작 품 : 시집 <봇나무>, <부나비>, <찔레꽃>, <나그네길> 등
1
네속에 내가 있고
내속에 네가 살아
꿈의 고향
힘의 샘터
생명의 태양
희생의 제단
조국이여, 우리는
치명의 일심동체
2
사랑없이 못사는 인생
자유없이 못사는 인생
살아도 죽은 삶이 숨쉬고
죽어도 사는 생이 약동해
피흘리는 령혼의 부대낌도
뼈저리는 육체의 모지름도
화산이 품은 용암처럼
바다로 향한 폭포처럼
사랑도 자유도
오직 하나
너를 위해
3
피는 물보다 짙다
진부한 상식에 썩어가는 의식
물은 피보다 길다
천박한 진리에 요절하느 상식
피바다에 굳어진 뼈
구슬땀에 뿌리내린 몸
력사는 몸부림쳐도
현실은 생생해
피는 물처럼 흐른다
물도 피되여 흐른다
부평초는 뿌리탓
마음은 오직 하나
피와 뼈가 불끈 솟아
천지에 우뚝 섰다
운명이 따로 없는
긴 사랑 짧은 인생
하늘 마시고 땅을 먹으며
하늘 땅에 정들어
굳은 뼈 끓는 피
이 나라 이 땅에서
나는 나다
4
친형제도 이방인
력사의 비극인가
메아리도 없는 산정에서
서로 발돋움하는 긴긴 세월
이제 삼각의 한점을 딛고 서서
바람처럼 오가는 마음을
밀어처럼 전해주는 운명의 희비극
서로의 돌을 산정에 굴리려고
때묻은 목숨이 오늘을 사는
연극같은 전설을 바라보며
가슴아파 입술에 피가 돋는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드나들 때
빼끔 열린 문으로 조심스럽게
목숨을 앓는 천방야담에
속으로 속으로만 울어야 한다
지페와 함께 독균 뿌리고는
독버섯이 돋움을 비웃는 그
기막힌 량심도 형제의 정이라고
속으로 속으로만 울어야 한다
짝사랑의 망향가에 목이 메여
허리뼈 휘여드는 너절한 웃음
돈냄새에 취한 연골병도
속으로 속으로만 울어야 한다
종소리에 열린 가슴
해살에 젖은 마음
가난처럼 아픔처럼
유전받은 원과 한 털어버리며
세월을 딛고 서서 하늘을 마시고
세상을 굽어보며 땅을 먹는다
흐르는 강물이 피줄에 굽이치고
치솟은 벼랑이 뼈로 굳어져
이 땅이 그대로 이 몸이 되고
이 몸이 죽으면 이 땅에 간다
삼각의 한점에서 울고 웃으며
이 나라 이땅을 품에 안는다
운명처럼
목숨처럼
조국은 오직 하나이듯이
조국과 나는 하나다
1994.3.13

기록 잘 보고 갑니다.
오랜만에 박화 시인이네요. 아직도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그 교과서도 이제 없어지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