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견 별이


매일 산책을 시킨다.

그럼에도 별이는 매일 처음 산책나온 강아지처럼

흥분을 주체 하지 못한다.

더 빨리 앞으로 돌진하고 싶은데

목줄은 왜 있는가? 싶은 동작을 반복한다. 

목이 안 아프니? ㅠㅠ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되어서도 

그 산만함은 나를 어지럽게 만든다. 

나무를 물구 뛰어댕기거나 

땅속을 파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질서없이 앞으로 뒤로 왔다갔다 걷는다. 

밖이 너무 좋은가보다. 

8년째 시티를 나가도 

나갈때마다 여전히 설레서 이리저리 둘러보는 

나처럼. 

그러니 더 이상 뭐라 못하겠다. 

온갖 체력을 다 소진하고 집에 오면 아주 흡족해한다.

그 모습도 

시티 나가서 귀여운 걸 잔뜩보고 들어와 신나누워있는

나랑 비슷하다.

뒤뜰에 나가서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

놀아달라고 

나무가지랑 도토리를 물어다 내 앞에 갖다놓고

뿌려주길 대기한다.

너무 피곤해서 

가끔은 내 발로 쟤 발을 눌러놓는다. 

저대로 휴식타임을 

좀 가져보자는 나의 뜻을 이해했을가? 

혼자 나뭇잎을 주어다가 논다. 

좋다. 

산책이 끝나면 나는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신다.

산책 나갈때 유리잔을 냉동에 넣어둔다. 

별이와의 산책은 , 

단순한 강아지 산책이 아닌, 

짐에 가는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소모시켜준다. 

다행이다.

가뜩이나 운동하기 싫어하는 일인인데

퇴근하고 짐에 가는 일은 너무 행복하지 않다.

놀래라 

빨래를 가라지에 넣고 올라오다가 별이랑 

눈이 마주쳤다.

뒤에서 보면 귀여운 데, 

밑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은 깜짝이야 하겠다 ㅠㅠ

집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은 아주 조용하다.

고양이처럼.

혼자 놀고

활동적이지도 않다. 

집안을 안 좋아하는 게 맞다.

문 근처에만 가면 사슴처럼 뛰어온다.

나가는 줄 알고.

집을 세번이나 탈출한 적이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밖으로 튀어나간 것이다.

두번은 경찰까지 동원해서 겨우 잡았다.

큰 길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사고라도 날까봐

탈출한 날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크면 많이 차분해지겠지

크면 탈출 시도를 않하겠지

싶지만

똑같다.

여전히 천방지축이고 

꾸준히 기빨린다.

어쩌면 24시간중에

가장 철부지 없어 보이는 

이 산책의 한시간이

별이한테는, 손꼽아 기다리는 소중한 순간일지도. 

웃긴다. 

나가기 직전 문에 매달려있는 조급함과

나갔다 온뒤 벌러덩 누워 흔들거리는 즐거움이. 

맬맬 

산책가고 싶어서 

방 문앞에서 

퇴근한 나를 보면서 옷 갈아입 길 기다리는 모습 

그래, 

40대부터는 근력운동을 해서

근육량을 늘여야 한다는데

오늘도 

너가 있으니 

전혀 걱정이 안되는 밤이야! 

우리동네 산책길의 

모든 언덕들을 

이젠

거뜬히 날아뛰어가는 내가 되었으니. 

니 덕분이야,

탈출견 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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