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가 통 하고 부풀 때

외부가 얼마나 시끄럽든 나는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에 지독히 파고들어야겠다. 그게 항상 나를 모질게 괴롭히는 악인의 모양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항상 개학 첫날이 떠오르곤 한다. 언젠가 내린 서리가 물방울로 통 하고 부풀어 오를 때 익숙할 때도 됐는데 여전히 낯설어서 괜스레 설레고 들뜨는 새로운 계절이 나에게로 스며든다.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개학 첫날도 그러했다.

어렴풋하게나마 잔상으로 남겨진 기억엔 몇 겹의 필터가 덧씌워졌는지 모른다. 아무것도 특정되지 않은 추억들을 되짚는 일이 어느새 오늘을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더 많이 부딪혀보고 경험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자꾸만 맴도는 이유다.

행복은 짧고 기다림은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를 계절에게서도 느낀다. 계절의 순환이 주는 자연스러운 도파민에 젖어들만하면 또 지독한 추위가 시작되겠지. 하지만 그 찰나가 주는 힘을 믿고 마음껏 웃고 행복하기를. 척하는 후회보단 어리석은 지금이 좋다.

그 당시에는 옳고 그름, 좋고 싫음, 그리고 선과 악이 뚜렷했던 일과 사람들이 이제 구체를 벗어나 모호해지고 판가름이 무의미해졌다. 한발 물러서니 아무것도 아니게 된 일들이 그때의 나를 어리석게 만든다.

하지만 기억을 자꾸만 되짚게 되는 이유는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어제에 항상이거나 혹은 때때로 옳고 좋고 선해주었던 사람들이 있어서가 아닐까. 숨통을 틔워준 찰나의 시간들을 나눠준 그 누군가가, 또 그때의 내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외부가 얼마나 시끄럽든 나는 해결되지 않은 고민들에 지독히 파고들어야겠다. 그게 항상 나를 모질게 괴롭히는 악인의 모양을 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썸네일  BY XMENJ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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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ang Geul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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