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마주보고 있을때보다 나란히 서있던 그 날이 나는 가장 기억에 남아.
그 시간에는 지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 우리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조용히 있었지만, 누군가 지나가면 아무 말이라도 했어. 들리는 말은 들려도 되는 말. 정적은 우리의 것. 말하지 않아도 우린 같은 생각을 했던 거야.
또 어떤 날에 나는 너와 많은 말을 했지. 만나지 못하는 그런 날에 나는 오히려 말하는 일이 쉬웠어. 대면하지 않아도 대면하듯이, 다 커서 나는 그런 일에 스스로 상상대면이라는 이름을 붙였어. 못본 사람도 상상대면을 하면 본 것과 같듯이, 보았던 사람도 오래 못보면 한번도 안본 사람처럼 느껴지고, 내가 과연 너를 본적이 있는가 의심마저 들고, 그럴때 나는 너와 상상대면을 해. 본적이 없다와 본적이 있다는 허상과 실상 또는 실상과 허상은 문득 서로를 부러워하고 또 가끔 자기의 처지에 안도감을 느끼더라.
우리가 아무말 없이 있던 날과, 많은 대화를 했던 날, 나는 사실 한번도 기쁜적이 없어. 기쁨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야 하는게 맞는것 같아.
어느날 들은 어떤 노래, 첫줄을 들을때부터 너를 떠올렸어. 계속 들었어. 그리고 그 노래를 백번은 들은 것 같다.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라고 하더라. 가수는 어느 외국 소설인가 외국 노래에서 영감을 얻고 만든 노래라고 했어. 가수가 의도한바는 중요치 않아. 난 그걸 나의 노래, 아니 너의 노래로 정했어.
그런데 우리의 배경은 늘 거리보다는 골목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기쁨이 들리지 않는 골목이라고 내맘대로 부르려고 해. 가사 끝나고 이제야 시작이라는듯이 반주만 들리는 부분, 침묵하면서도 많은걸 말하는 것 같은 거기가 젤 좋더라.
그때 그 골목에서 나에겐 기쁨이 필요하지 않았어.

혹시나 젤 좋아한다는 ‘거기’가 3:27은 아니겠지 상상대면을 하며,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에 오래 머물러 있습니다.
산문시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