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두번의 연애를 했다. 한번은 과거 완료형이고, 하나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하여 나에게도 전남친이라 부를 수 있는 이가 두 명 있다.

학창시절, 사랑이었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본인들만의 진지함으로 애정을 이어가던 사이는 나의 연락두절로 끝을 맺었다. 끝을 맺었다는 표현보다 암묵적으로 이별을 유도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하려나. ‘현재’의 감정에 충실해 연애를 시작했던 결심은 일 년만에 ‘사랑이 밥 먹여줄 것도 아닌데’로 바뀌면서 학업에 우선순위를 빼았겼다. 그리하여 세운 작전이 일부러 연락을 피하면서 그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고, 결국 뜻하던 이별 선고를 받아냈다. 성숙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치졸하며 이기적이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수단이었지만, 아직 좋아하는 사람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꺼낼 솔직함과 용기가 없었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는지도 몰랐었다. 그렇게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며 끝낸 첫 연애는 시간 속에서 흐려졌다. 남는 것이 있다면, 고통을 준만큼 나에게도 벌이었던 시간들을 마주하면서 끝난 연애는 미련이 없어야 함을 깨달았다. 서투른 사랑에 가장 유효한 변명은 어려서 사랑을 몰랐다가 아닐까.

그리고, 결혼해서도 한결같은 ‘전남친’이 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전남친’은 남친에서 신분이 바뀐지 얼마 안 된 지금의 남편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남편을 만나 안정감 있는 사랑을 피웠지만, 가끔 위기가 닥쳤고 잊어야 할 전남친이 될 뻔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 순간을 이겨내고 단단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잡아준 덕분인 것 같다. 그가 내 손을 꽉 잡아준 덕분에 절절한 이별 노래에 기대어 이별의 아픔을 달래지 않아도 되었다. 다정한 사람을 만난 나의 행운 덕분이기도 한가? 그가 어떻게 다정한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와의 사랑에서 나는 사랑함이 좋아함의 상위감정이 아닌, 각기 다르게 소중한 감정임을 알았다. 아주 자주 서로에게 ‘사랑해’를 말하고 훨씬 많이 ‘좋아’로 응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있음을 티내고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마음들이 얼마나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지 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가끔 시원한 답을 갈구하게 된다. 묻는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그가 답한다. “퇴근은 찍었는데 이대로 운전하다가 죽을 것 같을 때, 그래서 위쳇을 켜서 ‘××야, 사랑해♡’라고 문자 보내는 거.” 그가 잇는다. “하루 종일 힘들어서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뻗고 싶었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우리 플랭크 1분만 하자’ 하면 해야 되는 거.” 그러고는 혼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뭐지, 말 두 마디에 그가 달리 보이네? 조금 더 둥글둥글해진 그의 얼굴이 왜 멋있어 보이기까지 하는걸까. 유난히 콩깍지가 세게 씌워진 날이 더 행복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썸네일 BY 헤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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