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스쿠스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다마스쿠스 유대인 커뮤니티대표인 베호르 에이드 (Behor Eid)를 만났다. 그는 온화한 미소와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은 채, 아사드 정권아래에서 겪었던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그는 자신이 자라온 동네를 벗어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고, 집에 외부인을 맞이하는 일도 금지되었다고 했다. 1964년에는 유대인들이 거주지로부터 5km 이상 이동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었고, 공공기관과 은행에서의 근무, 운전면허 취득, 해외 출국까지 모두 제한되었다.

1990년대 초반, 이주 금지 조치가 완화되면서 당시 남아 있던 약 6천 명의 유대인들이 출국을 허용받았다. 그러나 지금 이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은 단 6명뿐이며, 올해 초 3명이 더 세상을 떠났다.

2024년 12월 8일, 아사드 정권은 마침내 붕괴되었다. 오랜 독재의 체제가 무너지고, 과도 정부를 거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도시는 또 하나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현재 베호르는 새로운 현실 속에서 조심스러운 희망과 여전히 남아 있는 긴장을 동시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동의 자유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지만, 시나고그(Synagogue) 의 열쇠는 여전히 새 정부의 통제 아래 있다. 그는 도시를 자유롭게 오갈 수는 있으나, 자신의 신앙 공간에 대한 온전한 자유는 아직 얻지 못한 것이다. 우리가 그를 만난 날에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다마스쿠스 상공을 지나갔고, 그 이전에 이미 도시는 폭격을 겪은 뒤였다.

15세기, 스페인에서 추방된 세파르디 유대인들이 세운 파란지(Faranj) 시나고그를 거닐며, 이 오랜 역사의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Al Farandsch Synagogue, Damascus November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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