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도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며칠이고 이어지는 빗소리를 듣다가
문득, 어린시절 외갓집에서 보냈던
여름이 떠올랐다.
햇살 아래 반짝이던 강물,
비 온 뒤 더 푸르러진 들판,
젖은 흙냄새를 품은 바람,
친구들과 뛰어놀던 골목길 …
외갓집은 화룡시 아동촌이다 .
비가 그치면 세상이 모두 깨끗해진 것처럼
하늘은 더없이 파랗고 풀잎에는
보석 같은 물방울이 맺혔다.
그 시절의 나는
그것이 얼마나 찬란한 날들이었는지 몰랐다.
나의 사색이
젊은 어머니가 있는 시절로 돌아가면
세상은 언제나 따뜻하고 포근해진다.
연변을 떠난지 벌써
스무해가 훌쩍 넘었다.
그새 상해의 긴 장마를 지나고
도쿄의 빗속을 지나며
어린 시절의 해맑은 나 와는
참 먼 곳까지 와버렸다 .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도
허리 구븐 외할머니도 , 어린 외삼촌도 ,어머니의 목소리도 없다.
그런데도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는 이상하게 따뜻해진다.
비 온 뒤 맑게 개었던
그 여름의 하늘이 보이고,
어머니 손을 잡고 걷던
어린 내가 다시 나타난다.
아마 고향이 그리운 것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 두고 온
가장 행복했던 나를 만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도쿄의 장마가 길어도 괜찮다.
비가 내리는 동안
나는 잠시 멈춰 서서
고향을 생각하고,
어머니를 생각하고,
내가 지나온 시간을
따뜻하게 바라보려 한다.
비가 그치면
도쿄의 하늘도
어린 시절 아동촌의 새파란 하늘처럼
눈부시게 맑아질 테니까.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더 푸른 잎이 돋고,
더 따뜻한 햇살이 내려앉고,
다시 찬란한 계절이 올 테니까.
아동촌의 여름처럼,
어머니의 사랑처럼,
내 앞에 남은 날들도
눈부시게 살아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