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참나무가 갈라진다
도끼날이 등뼈를 파고든다
나이테에 갇힌 햇살이
하얗게 터져나온다
땅보다 낮은 곳에
아버지가 웅크린다
무릎이 땅에 닿고
이마가 무릎에 닿는다
낮아질 수 있는 데까지
낮아진 사람만이
불을 품을 수 있다
아궁이에서 굴뚝으로
눈동자에 불이 들던 날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톱밥을 쓸어 넣고
아버지는 오래도록
불만 들여다보았다
재 속에 불씨를 묻는 법은
아버지만이 안다
아궁이 앞에 앉으면
등이 따뜻하다
몰랐다
아버지의 등뼈가
아궁이였음을
장작을 밀어 넣으며
불이 옮겨붙기를 기다린다
기다림조차
아버지의 것이다
타는 소리를 듣는다
무릎이 그 온기를 기억한다
구들 냄새가
달 없는 하늘로 간다
한 줌 재가
바람이 가는 길을 안다
굴뚝은
아버지의 숨통이 되었다
나는 아직
아궁이 앞에 앉아 있다
아버지가 엎드린 곳
불이 잠들었다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내 등뼈에 불씨를 심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