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苏州)는 행복지수가 퍽 높아보이는 도시었다. 잘 은 몰루겠으나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도시의 행복지수도 상위권인 느낌이었다. 아마도 내가 사랑을 했어서 그런가보다. 

소주대학에 재학중인 그는 컴퓨터과학기술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이다. 머리도 좋고 매너도 좋고 차분하지만 감수성이 많은 남자이다. 나보다 세살 연상인 그는 내가 우러러 보는, 또 사람들 앞에 서면 엄친아이기도 한, 좋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나무랄데없는 사람이었다. 

그 당시 북경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던  나는 아직 사회초짜였다. 가끔은 단순하다못해 바보같았고 가끔은 솔직하다 못해 숨길줄도 모르는 착하다기도 애매한 그런 다소 여성미가 부족한 여자애였다. 이렇게 떨어져 있는 우리는 작은 명절마다 서로의 도시를 가고 오면서 만나는 게 평범한 연애일상의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 아닐수 없었다.  기다림이 더 애절한 이유다.

처음으로 와보는 소주는 나한텐 대도시었다. 북경보다는 좀 시적이고 내 상상보다는 많이 번화했다. 그 사람처럼 말이다. 이성적인것 같은데 은근 감성적이고 내 상상보다는 많이 자상한 편이었다. 그런 그 사람은 나한텐, 적어서 이성적으로 봣을 땐 별처럼 빛나는 존재었다. 

언제나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주는 그는 이미 꽃다발을 들고 어련히 터미널 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또 반갑고 보고싶었던 마음은 나도 숨길수가 없었다. 수줍게 다가가 보는데 그가 따스하게 포옹해준다. 모든 걸 다 완벽하게 준비해놨으니 신나게 놀 준비 되었냐고 물으면서 내 캐리어를 케어해주랴 머리를 쓰다듬어 주랴 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좀 방방 들떠잇었다. 

<일단 짐은 호텔로 두구 오늘 저녁은 맛있는 레스토랑 예약해놧으니 얼른 거기로 가자!>

<좋아요~하하핳 지금 너무 배가 고파요.>

나는 그를 만난 설레임보다 뭔가 레스토랑이 좀 더 반가웠다. 배가 많이 고팠나보다. 아니, 그를 만난다고 며칠전부터 급 하게 다이어트를 해서 그런지 살이 빠진건 몰루겠고 배는 퍼그나 고팠다. 그는 언제나 준비성이 참 철저했다. 모든 사소한것까지 내가 생각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 그대로 나는 맘 편히 생각없이 놀기만 하면 되는 스케줄이엇다.

 그 뒤로 며칠은 내 삶에서 처음으로 남친이랑 내 고향이 아닌, 또 내가 재학중인 북경도 아닌 다른 도시에서 여행을 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당연히 북경에서 처음으로 하는 남친과의 여행도 작년 국경절 때 그가 북경에 찾아와서 했던 여행이지만 말이다. 

그날밤 그는 나한테 니가 오기 며칠전부터 니 생각에 매일매일이 설렛다고 고백했다, 그의 따스한 손이 내 어깨를 감쌋고 그의 도톰한 입술이 내 입술과 마주쳤다. 나는 바르르 떨렸고 행복했다. 나도 소주로 오기전 며칠이나 긴장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이튿날, 소주원림과 놀이공원을 다녀왔다. 소주원림은 정말로 말할수 없이 예뻣다. 아마, 제대로 된 여행을 해본적이 없던 나였어서 그런지, 아님 그런 온화하고 호수랑 원림이 그림처럼 어우러진 풍경이 내 취향인지 나는 그 분위기에 반해버렸다. 솔직히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맘속엔 어색하고 굳이 사진찍어달라고 말하기도 뻘쭘한 감정이 있엇다.  그는 저기 서봐, 여기 봐봐, 뒤로 돌아봐, 웃어봐, 고개 숙여봐 하면서 내 생각보다 몇백장 더 많은 추억을 남겨줬다. 역시 센스있는 나의 남친,  그는 항상 내 모든걸 알고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그날 저녁, 우리는 함께 대형 마트를 갔다.  요 며칠 먹을 과일과 간식 같은 걸 사러 말이다. 이미 호텔 냉장고엔  그가 준비한  와인, 위스키, 맥주, 요커트가 다 준비되어 있어 그런건 살 필요가 없었다. 나는 살이 통통한 망고 하나를 들고 먹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망고 한 박스를 카트에 실었다. 나는 말렸고 그는 못 먹고 남으면 자기가 학교에 가지고 가서 먹으면 된다고 걱정말라 했다. 나는 여테 못 먹어본 신기한 간식들을 이것저것 골루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신난 쇼핑은 처음이다. 유명 브랜드 가방을 사는 쇼핑도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옷을 사는 쇼핑도 아닌, 그냥 그와 함께 두루두루 먹을것을 고루는 이 쇼핑이 처음으로 그렇게 신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내가 사랑을 하고 있었어서 그런가보다. 

-연재중 

이 글을 공유하기:

태어난 김에 사는 여니

별거아닌 생각, 소소히 적기연습

작가를 응원해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14
좋아요
오~ 오~
0
오~
토닥토닥 토닥토닥
0
토닥토닥

댓글 남기기

글쓰기
작가님의 좋은 글을 기대합니다.
1.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의 초고는 "원고 보관함"에 저장하세요. 2. 원고가 다 완성되면 "발행하기"로 발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