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은 살림군입니다. 아침 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고, 에둘러 가더라도 저렴한 항공편을 택합니다.
  • 나는 돈에 개념이 없습니다. 슈퍼에서 채소를 사고, 공항 상가에서 구두를 삽니다.
  •  남편은 자율적입니다. 누가 안 봐도 매일 운동하고 매일 공부하고 매일 그림을 그립니다.
  •  나는 제맘대로입니다. 꼭 지켜야 할 일정이 없으면 드라마에 빠지거나 잠에 빠집니다.
  • 남편은 아이가 공립학교를 다니고 중국의 대학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나는 공립, 사립, 국제학교 다 괜찮고 외국대학에 다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그냥 그런줄 알았습니다)

요즘 아이 학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느릿느릿, 꼬물꼬물입니다. 어른이 다그치면 울먹이거나 짜증을 내거나 아파서 열이 납니다. 그래서 그냥 냅둡니다. 방학숙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 몰아서 하고, 평소 숙제는 자기 전에나 이튿날 아침에 합니다. 과외는 안 다닙니다. 냅두면 멍 때리고 소설을 읽고 늦잠을 잡니다. 중학교를 어디로 갈건지 물어보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데로 가겠다고 합니다. 참, 우리 아이 답습니다.

점심 식사 때 엄마들이 말합니다. 중학교가 중요해, 고중, 대학도 같이 고민해야 해. 사립보다는 공립이 나아, 국제학교로 가려면 고중때부터 가면 돼, 중학교부터 보내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스럽잖아. 요즘은 시험문제가 어렵지 않아서 성적 차이가 크지 않아, 그런데 좋은 학교는 엄청 높은 성적을 원해…

식사 후 남편에게 전화를 합니다. 엄마들이 말하기를 여차여차하대, 우리 꼬마는 아직 놀음에 빠져 있는데 어떡하지.

남편이 말합니다. 이제부터는 공부시켜. 그동안 놀았으니 공부해야지.

그렇다고 닥달하면 아파서 드러누울거잖아. 우울증이 올지도 몰라.

내적동기가 필요해. 본인이 뭘 원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 하는데.

소학생이 그걸 어떻게 알아, 당신 어릴 때를 생각해보소.

그러니까 어른이 중요한거지. 엄청난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애? 매슬로 욕구단계를 보아도 결국 자아실현이 핵심이야. 우리는 잡아 끄는대로 공부 했지, 왜 공부 해야 하는지, 왜 잘해야 하는지 모르고. 그러다가 대학 가고 직장 다니고, 나이가 들어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잖아. 왜냐, 순서가 바뀌였어. 우선 원하는 걸 알고 거기에 맞게 방법을 찾아야 하고 대학은 그 방법 중 하나일뿐이야. 다른 경로로 이룰 수 있다면 대학 안가도 돼.

우잉? 멋진데? 당신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잖아, 우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언제 이런 생각을 했지?

뭐. 아이가 크는데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잖아. 환경의 자극을 받으면서 대뇌피질이 성숙하는거고. 그 환경이란 진실된 세상이여야 해. 많이 체험하고 느끼면서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처음에는 주변에 작은 도움이 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면서 더 잘하려면 어디서 뭘 배워야 할지 고민하고, 그걸 위해서 시험성적이 필요하면 열심히 공부하고.

맞아, 맞아. 내가 좋아하는 오소희 작가 아들도 더 큰 봉사를 하기 위해 국제기구에 취직할 목적으로 대학 갔어, 엄마는 꼭 대학 안가도 된다고 했는데. 내가 좋아하는 지랄발랄 하은맘의 딸도 사업을 하고픈데 더 잘하려고 검정고시로 대학 갔어. 1,2년 내 다른 애들이 6년 하는 공부를 해치웠어

그렇지. 크게 멀리 바라봐야 해. 당장 눈앞에 보이는거 외에 세상을 위해 뭘 할수 있는지. 

세상을 많이 보여주자. 우리도 보고. 내적동기가 부여되면 잘할거야.

행복했습니다. 우린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교육 문제에서는 합의가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내 머리 속 생각이 남편의 말로 나오다니,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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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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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원합니다. 저도 그냥 계속 앞만 보다가 원하는게 무엇인지를 잃고 살아왔습니다.다른사람이 보기에는 순조롭게 보일수도 있지만 무엇이 저에게 맞는 것인지 모르게 살고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꼭 아이에게 많은 기회를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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