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애완동물을 같이 키우는 건 나의 오래된 버킷리스트중의 하나였다. 강아지든 고양이든 아이가 태어나서 부터 같이 키우는게 늘 꿈이긴 하였지만 섣불리 행동으로 옮길수는 없었다. 아이 혼자 키우기도 버거웠으니 말이다. 까딱하다간 아이랑 강아지 배변훈련을 같이 시켜야 된다는 생각에 용기가 쉽게 나질 않았다. 

코로나로 집콕이 이어지던 어느날, 로봇청소기를 쫓아다니면서 노는 딸아이의 뒷모습이 그렇게 짠할수가 없었다. 친구를 좋아하고 놀이터에서 세시간씩 뛰놀던 아이었는데 집콕만 하고 있으라니 그럴만도 했다. 이제 아이도 좀 크고 내가 여유가 좀 생겼나 보다. 펫샵에 한번 가볼까라는 남편 말 한마디에 우리는 결국 2개월된 러시안 블루를 집에 안고 오게 되었다. 

얘는 뭐랄가. 한번 보면은 그냥 두고 올수 없는 귀여움 그 자체었다. 무엇보다도 그 날  딸아이가 고양이 없이 집에 가면 대성통곡할 분위기었다. 딸아이는 수컷인 러시안블루에게 리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리리는 우리의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딸 핑계를 대면서 나의 오랜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리리는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때 걷는것도 비틀거리고 건식 사료를 줘도 먹지 않았다. 나는 처음에 바닥이 미끌어서 그런줄 알았지만 실은 다리에 힘이 없었다. 펫샵 주인은 아침 저녁으로 건식 사료 두번씩 주라고 했지만 리리는 물만 먹었다. 남편은 건식 사료는 아직 이른것 같다며 고양이 분유를 주문했다. 2개월이면 어미고양이가 곁에 있었다면 젖을 먹을 나이긴 했다. 아니나 다를가 리리는 분유를 주니 홀짝 홀짝 깔끔히 비웠다.그러다  건식 사료를 분유에 좀씩 섞어주니 먹기 시작했다. 이젠 컸다고 건식도 습식도 제법 잘 먹는다. 

리리는 이름을 부르면 돌아보고 딸아이가 공놀이를 하면 같이 뛰논다. 안아주면 좋다고 골골거리고 장난기도 심하다. 식탁은 올라가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기어올라가는 개구쟁이다. 1미터 남짓한 높이는 한번 점프로 식은 죽 먹기다. 2미터 남짓한 캣타워도 순식간에 올라가 해먹에서 편안하게 잠들기도 한다. 그야말로 요물이다.

고양이도 강아지처럼 여러 종이다.벵갈, 어메리컨 컬, 러시안 블루, 샴 등등 그외에도 많다. 러시안 블루는 우는 고양이가 아니다. 러시안 블루가 울 때는 배가 고프거나 뭔가 요구사항이 있을 때다. 집에 왔던 첫 날부터 등을 끄면 자고, 아침에는 먼저 깨도 우리가 일어나야 밥 달라고 우는 리리가 신기했다. 소리에 민감한 우리 가족에게 최적이었다. 고양이 마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러시안블루는 대체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개냥이다. 낮잠을 자도 내 곁에서 자고 안겨서 자기 좋아한다. 털도 장모가 아니라 관리가 편하다. 그루밍도 혼자 하는 편이라 목욕을 자주 안해줘도 된다. 고양이 모래만 있으면 절로 찾아서 배변을 한다. 

물론 고양이 응가도 매일 치워줘야 하고 감자(고양이 오줌이 모래에 스며들어 만들어진 덩이.일명 감자라고 함)도 매일 여러번 파야 한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을 집사라고 하지 않는가.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야 하고 접종도, 중성화도 제때에 해줘야 한다. 한마디로 평생을 함께 해야 하는 묵직한 책임도 동시에 생긴다. 

6개월이면 고양이들은 성묘가 된다. 아이와 고양이가 같이 커가는 일상이 이젠 나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눈을 뜨면 고양이 사료부터 챙겨주고 화장실 청소 해주고 그 다음에 커피 내리는 일이 나의 모닝 루틴이 되었다. 리리와 딸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잠든 고양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일도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버킷리스트중의 하나를 이룬다는 건 꽤 뿌듯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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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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