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구스들이 줄을 지어 어디론가 열심히 날아가고 있다…

백야드에는 깻잎이 뜯기 힘들 정도로 빼곡이 자라서 백선생 황금레시피를 따라 깻잎김치를 한용기 듬뿍 담궈 놓았다.

뿌듯하다… 이렇게 많은 깻잎김치를 담궈보기는 생애처음. 숨겨진 재능을 발견한듯 하다. 

캐나다 라는 이국땅에서 뒷뜰에 직접 키운 캣잎으로 김치를 담궈 먹는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조선족” — 중학교때 영어 수업시간에 조선족은 “Korean-Chinese”라고 배웠다.

연변에서 태어나 조선족 학교를 다닌 나한테 조선족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친구들이 대부분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였으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에서 출근하면서부터 점점 주변에 한족들이 

많아졌고, 베이징에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는 우리말, 학교에 가서는 중국어를 하게 되었다. 

어릴때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한국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레스토랑에서 옆 테이블에 한국분들이 식사를 하면 꼭 다가와서 옆테이블에 우리랑 같은 사람들이 식사한다고 소곤거렸다.

그럴때마다 나는 아이들한테 저분들은 한국인들이고 우린 중국인이지만 한국어를 할수 있는 조선족이고, 우린 한민족이라고 가르쳤다.

언어 한가지를 더 할수 있다는 우세로 베이징에서 쉽게 한국대기업에 취직이 되었지만, 또한 그 advantage땜에 다른 중국인들보다 배로 일을 해야 되는 쓴맛을 보기도 했다. 통역이나 번역은 물론, 중국어나 영어를 잘하지 못하시는 한국주재원들이 나오시면 언어 땜에 사적인 일까지 도와드려야 할때가 많았다. 덕분에(?) 부장님이나 차장님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에 따른 중국동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다.

힘겨운 도시생활에 치이고 지쳐 캐나다 유학이민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음과 동시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고, 아이얼츠 영어 시험준비를 하고, 시험을 보고, 캐나다 대학 오퍼를 받고 무작정 온가족이 낯선 땅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학교에서 자아소개를 할때에도 난 조선족이라고 당당하게 아임 코리안-차이니즈라고 소개를 했다.

그러면 외국 친구들이 휴식시간에 다가와서 엄마가 코리안이냐 아빠가 코리안이냐 하고 물어본다. My great grand father 부터 잘 알지도 못하는 조선역사와 할머니 한테서 들은 옛날얘기를 combine 해서 이야기 해주면 외국친구들이 아주 흥미진지하게 듣는다.

기말시험으로 토픽을 하나 정해서 발표하는 일이 있었다. 갑자기 첫돌잔치에 대하여 말하고 싶었다. 두아이의 첫돌잔치를  직접 준비한적 있는 나한테는 그렇게 어려운 발표가 아니였다. 생각밖으로 반친구들과 Canadian 쌤들이 진짜 재미있어 하고 신기해 하였고 발표는 아주 성공적으로 끝났다. 중국에서 사는데 코리안 문화를 계속 지켜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들 한다. 

나한테는 한민족 문화를 지키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앞으로 나의 아이들한테는 이 민족의 문화를 지켜갈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보기도 한다.

다문화권인 캐나다, 네이버(neighbour)가 오른쪽은 한국인, 왼쪽은 인도인, 앞집은 중국인, 뒷집은 Canadian. 

영어가 안되시는 아버지는 어느 순간부터 한국인들과 친구가 되셨고 깻잎 씨앗, 상추씨앗 까지 받아오셨다. 그리고 또 중국집에 가서는 중국부추 씨앗을 받아오셔서 뒷뜰에 잔디밭을 파서 전부 텃밭으로 만드시고 여름내내 농사를 하셨다. 뒷집 캐나다인들은 잔디밭을 진짜 보배처럼 간직하면서 매주마다 예쁘게 가꾸고 파티를 하는데 fence하나 사이를 둔 우리집 뒷뜰은 오이, 상추, 가지, 고추, 깻잎으로 마치 연변에 사는 할머니네 집 뒷뜰안처럼 잘 된 농사를 자랑하고 있다.

옆집 인도인은 우리가 한국인, 중국인들과 아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걸 보면서 신기해한다. 한국 친구가 있다기에 상추를 주면서 Bulgogi를 해먹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너무 조아한다. 

가끔 한국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놀라오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한국애들이 한국어를 하면 우리 아이들이 알아듣고 영어로 대답을 한다. 그러다가 서로 영어를 하기도 하고…

베이징에서 한글학교도 적고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못 가르쳤지만 집에서는 그래도 우리말을 했더니 아직까지는 아이들이 우리말을 알아듣고 대답만 중국어나 영어로 한다.

가끔 우리 아이들이 이민을 하고 캐나다에서 오랜 세월을 지내고 나면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소개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I’m Canadian but my parents are Korean-Chinese?

코리안-차이니즈로 중국땅에서 살아왔지만, 중국을 떠나 백인 사회에 오니 그래도 한인마트가 반갑고 김치를 떠날수 없고 비오는날에는 김치전을 먹고 막걸리를 마신다.

한인마트에서 아이들이 나랑 중국어를 한다. 사장님은 나한테 영어를 하신다. “고래밥 있어요?” 하고 웃으면서 물었다. 깜짝 놀라시면서 한국분이세요 하신다. “아니예요, 중국에서 왔어요.” 

40년동안 난 우리말을 버린적이 없었고 항상 그 덕(?)을 보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한인커뮤니티, 중국인 커뮤니티에 다 어울릴수 있는 덕분에 newcomer 임에도 불구하고 삶에 큰 어려움이 없었고 쉽게 정착할수 있었다.

2020년COVID-19 , 전 세계가 실업을 당하고 있는 기간에 졸업을 하였고, 부득이 일자리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에 부딪힐 때에도 영어 구인사이트, 중국인, 한인 커뮤니티 구인사이트를 두달동안 열심히 뒤지면서 이력서를 뿌린 결과 남들보다 조금은 더 쉽게 취직을 할수 있었다.

연변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갈 때에는 느끼지 못했고, 베이징에서 조선족으로 살때에는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한국어 하나 더 하는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국땅에서 코리안-차이니즈로 살아가니 생활 반경이 좀 더 넓어짐을 느끼게 된다.

집에서는 우리말, 직장에서는 영어, 중국친구들 하고는 중국어,

오늘도 Wechat, Kakaotalk, Whatsapp 세가지 social media 어플을 번갈아 가면서 챗팅을 하고, 지금 이 순간 아버지는 거실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시고 아이들은 쫑알쫑알 중국어, 영어를 번갈아하면서 놀고 있고, 뒷집 Canadian들은 백야드에서 영어로 웃고 떠들면서 바베큐를 즐긴다.

글을 쓰고 있는 사이 깻잎김치가 간이 배인것 같다. 밥 한공기 퍼서 그 위에 깻잎 한장… 맛있구나… 이 순간 나는 한국인도, 중국인도, Canadian도 아닌 아임 코리안-차이니즈… 조선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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